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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주청 개청…뉴 스페이스 시대 앞서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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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윤 대통령, 내년 말까지 우주항공청 개청 밝혀

부처 간 장벽 극복하고, 민주당도 적극 지원해야

한국에도 ‘NASA’가 출범하고, 본격적인 우주 시대가 열리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오후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 참석해 내년 말 목표로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을 직접 밝혔다. 또 한국이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45년까지의 정책방향을 담은 ‘로드맵’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직접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우주경제 시대를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발표한 로드맵에는 향후 5년 내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독자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며,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는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인재 양성, 국제공조 주도 등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환영할 일이다. 한국에서 인공위성 제작과 같은 우주기술을 배워간 인구 1000만의 중동 소국 아랍에미리트(UAE)조차도 2014년 우주청을 설립했다. UAE는 그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한국보다 앞서 참여했다. 지난해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도 성공했다.

21세기 우주는 더 이상 강대국만의 ‘국가 자존심 경쟁’ 무대가 아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기업들의 활동에서 알 수 있듯, 우주는 산업과 경제의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 시대를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라고 한다면,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지금의 시대를 세계는 ‘뉴 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르고 있다.

인구 5000만 명에 불과한 한국이 무슨 우주 탐사냐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건 세계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일 터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선 지구궤도 인공위성을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외에도 달 기지 건설과 자원 발굴, 화성 탐사 등 더 먼 우주로 뻗어가려는 인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미래 신기술이 쏟아질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설립될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청(廳)급 기관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주산업은 이미 과학을 넘어 국방·환경·해양·산업 등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무위원이 아닌 청장이 범부처 협력과 조율, 민간 기술 이전 등을 해내기에는 원천적으로 힘들지 않으냐는 논리다. 미국 NASA는 한국에서 ‘항공우주국’이라고 불리지만 NASA의 ‘국장’은 의회 인사청문회에 서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급 독립기관의 수장이다.

우리의 우주항공청도 부처 간 장벽에 얽매이지 않고, 민간이 주도해 뉴 스페이스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태어나길 기대한다. 민주당도 지난 대선 당시 우주청 설립의 필요성을 밝힌 만큼 국가의 미래인 우주산업을 적극 지원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