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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엇보다 민생 위기 막을 내년 예산안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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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민주 “이상민 해임안”에 국힘 “국정조사 거부” 충돌

전례 없는 ‘야당 감액안’ 어불성설, 합의점 찾아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충돌하면서 예산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정 기한인 다음 달 2일은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인 다음 달 9일까지도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원회에서 협의를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상임위에서 정부 예산안을 단독 삭감한 것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예결위 심의가 중단됐다. 이어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식화하자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예산안 논의 자체가 마비됐다.

이번 예산안이야말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경기 침체로 인한 민생 위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데, 과거 방만한 재정 운용에 따른 부담에 더해 세수 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빠듯한 나라 살림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를 챙기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 강화와 경제 활력 제고 등을 이루려면 정치권이 예산안을 놓고 밤낮으로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다음 달 2일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이 장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더라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인 본회의 날에 해임안부터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장관 탄핵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맞대응으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을 거론했다. 대립이 격화할수록 본질인 예산안 합의 처리는 불투명해진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예산안 증액은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가능한 만큼 이를 반영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토위에서 ‘이재명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원 이상 증액하고 ‘윤석열표’ 예산인 공공분양주택 사업은 1조원 이상 삭감했다. ‘야당 예산안’ 통과는 전례가 없을뿐더러 국가 운영을 설계하는 새 정부의 첫 퍼즐부터 엉망으로 만들겠다는 거대 야당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것은 모처럼 타협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른 의제를 꺼내들고, 여권에서 국정조사 합의에 대한 비판론이 일더니 결국 사달이 났다. 다가올 경제 한파는 정치권이 이러고 있을 정도로 결코 한가하지 않다. 어떤 정치적 쟁점도 민생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등과 엮여 예산안 처리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여야가 서둘러 협의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