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전망 1.7%로 낮춘 한은, 베이비스텝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11.25 00:07

업데이트 2022.11.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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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의 올해 일곱 번째 기준금리 인상은 베이비 스텝(0.25%포인트)이었다. 긴축 기조는 이어가면서도 속도 조절을 택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7%로 내려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뚜렷해져서다.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경제 성장 전망까지 꺾이며 내년은 올해보다 힘들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이다. 기준금리가 3.25% 수준으로 높아진 건 2012년 6월 이후 10년5개월 만이다. 사상 첫 6회 연속(4·5·7·8·10·11월) 인상 결정이다. 한은은 올해 금리를 결정하는 여덟 차례의 금통위 중 지난 2월(동결)을 제외하고 일곱 번 올리며 긴축 페달을 꾸준히 밟아 왔다. 한은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연 1%→3.25%) 인상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연 3.75~4.0%) 격차는 상단 기준 0.75%포인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건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한·미 금리 격차와 원화가치 방어 등에서 성장 둔화 등 국내 요인으로 옮겨진 결과다. 이창용 총재는 “앞으로 경기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제약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보폭을 줄인 데는 채권시장의 ‘돈맥경화’ 우려가 컸다. 이 총재는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금융시장에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겨 당황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과 배치되지 않는 선에서 CP 시장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은이 긴축 감속에 나선 건 경기 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깔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 낮춘 1.7%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와 국제통화기금(IMF·2.0%)의 전망치보다 낮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인 잠재성장률(2%)도 밑도는 수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대 성장률은 충격적이다.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기록한 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등 네 차례뿐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춘 건 식어 가는 수출 엔진 때문이다. 한은은 수출이 내년 상반기에 역성장(-3.7%)하는 등 연간 기준으로는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둔화의 먹구름은 짙어지고 있지만 물가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6%로 0.1%포인트만 내렸다. 이 총재는 내년 초까지 5%대의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게 됐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월 이후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12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대외 여건과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 금리 수준으로) 3.5%를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밝힌 최종금리 수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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