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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기고] 국토부의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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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건설업종 개편안의 주요 내용인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에 대한 신청인(시설물유지관리협회 회원 2만4535명)의 이의신청과 관련, 지난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세부 시행방안을 신청인과 충분히 논의하고 업종 폐지에 따른 영향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으로 표명했다. 이에 대해 피신청인(국토교통부장관)은 재심의 신청을 했으나, 재심의 신청에 대해서도 권익위는 같은 취지로 지난 2월 28일 기각했다.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우리 시설물유지관리업에 종사하는 사업자 및 가족 모두는 환영의 뜻을 표한다.

우리나라는 1960~1980년대 건설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20~30년 후인 1991년 팔당대교, 1992년 창선대교·신행주대교 등 대형 건설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터졌다. 이를 계기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도입한 업종이 시설물유지관리업이다. 시설물 완공 이후 그 기능을 보존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시설물을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를 업역으로 하고 있다. 그 뒤로 사반세기가 지났고 전국에 7200개 업체와 6만여 명의 기술자들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2024년도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에 앞서 시설물업에 종사하는 사업자의 업종 전환을 유도한다는 명목 아래 지난해 국토교통부 고시로 업종 전환 시 가산 실적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사전 업종 전환을 신청한 사업자에겐 해당 공사의 실적을 50%나 가산해 줬고, 올해는 30%, 내년엔 10%를 가산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공사실적은 곧 경력이다. 국토부는 공사실적을 부풀려 주고 그 부풀린 경력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누구를 위해서인가. 이뿐인가. 시설물업종에서 종합으로 업종을 전환하면 종합에 해당하는 기술자가 부족해도 2026년까지 유예해 준다. 공사실적도, 기술자도 부족한 사업자들이 신축공사를 맡는다면 사고 발생확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이것은 개혁도, 혁신도 아니다. 시설물업체 종사자들이 27년 동안 축적한 시설물유지관리 관련 경험과 신기술 특허 등을 두고, 이 업종을 폐지하면 유지관리 기술은 퇴보하고 안전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는 시설물의 신축과 유지관리 간 경계가 모호해 전문건설업과 업무 영역 갈등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만 등록하면 모든 공사를 수행할 수 있어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시설물의 보수, 보강, 개량을 업무 영역으로 하고 있음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고 신축이나 재축, 대수선 등은 할 수 없어 국토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는 사회를 강조했다. 과연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무조건 폐지하는 것이 공정한 정책인가 아니면 상식에 맞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노후 기반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계승 발전시켜야 마땅하다.

필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며, 시설물의 안정적인 유지 관리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설물유지관리 업종은 반드시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진용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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