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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청소하자" 장애인 성폭행 혐의 70대, 무죄 뒤집힌 이유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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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116] “우리집에 가서 청소 하자” 장애인 성폭행 혐의 70대, 法 판단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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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8)씨는 지난 2019년 근처 무료 급식소에서 알게 된 지적장애 3급 피해자에게 5회에 걸쳐 “우리 집에 가서 청소 좀 하자”라고 말하며 성폭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간음했다’는 장애인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1심에서는 징역 4년의 중형이 선고됐는데요.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치면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여기서 질문  

장애인 성폭행, 유‧무죄 기준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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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률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1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고 심지어 보호가 필요한 대상인데도 이를 되레 본인의 욕망을 충족하는데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보고 엄중하게 가중처벌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같은 법 6조 4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이라고 처벌 범위를 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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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는 ‘정신적인 장애’와‘이용’ 의 의미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우선 무죄로 판단을 바꾼 항소심에서는 피해자가 ▶최초 경찰 신고 이후에도 3차례 더 피해자의 집에 간 점 ▶ 성관계와 성폭력의 의미를 명확히 구분하고 싫어하는 것은 명확히 거부한 점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A씨의 집을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거론하며 ‘항거불능’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다만 A씨가 피해자를 알게 된 뒤 자장면과 라면을 사주고 반찬과 이불을 가져다주거나 돈을 주는 등 호의적인 행위를 한 사실을 거론했습니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거절하지 못했다면 , A씨로서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므로 ‘이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을 일부 받아들여 상고기각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정신장애 및 그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나 A씨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취지입니다.

이미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장애는 물론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6도4404)가 있습니다. 단순히 피해자가 장애가 있다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취지인 뜻이죠.

대법원 관계자는 “마치 장애의 정도가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오해돼 혼란이 있었다”며 “그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장애의 정도와 함께 피고인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향후 유사한 사건의 판단에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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