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中
피의자는 경성대학교를 휴학한 후 1995.경 전대협 출신 운동권 인사들이 다수 활동하는 성남지역에서 시민단체인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당시 성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재명을 알게 되어 친분을 쌓았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이재명이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일을 한 것은 물론, 2005.경 오마이뉴스와 ‘성남투데이’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이재명의 변호사 활동을 담은 기사를 보도하며 정치활동을 준비하고 있던 이재명을 홍보하였고, 이재명 역시 피의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게시하는 등 피의자는 이재명과 ‘정치적 공동체’가 되어 그가 추진하는 일을 실무선에서 사전에 검토하고 추진하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가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54·구속)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주거지·사무실 등에 대해 집행한 압수수색영장(1억4000만원 뇌물수수 등 혐의)의 일부입니다.
[그법알 사건번호 115] 검찰이 영장에 적은 ‘정치적 공동체’ 의미는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정 실장과 ‘정치적 공동체’였다는 대목이 서초동에선 화제가 됐는데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수사 당시 회자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 관련 ‘경제 공동체’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였기 때문이죠.
직접 영장을 작성한 검찰은 ‘정치적 공동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뇌물이라면 공범, 증거관계 등이 수집돼야 합니다. 이 단어 하나로 모든 게 입증됐다고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22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지난 8일 구속기소된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불법 정치자금 8억4700만원 수수 혐의)엔 ‘정치적 공동체’란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정진상·김용·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세 사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용 공소장 中
피고인 김용, 피고인 유동규는 2008.경부터 2009.경까지 성남시 분당 지역에서 각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으로 함께 활동하던 중, 당시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하여 공동주택 리모델링 공약을 내세운 이재명 및 그 측근인 정진상과 우호적 관계를 맺었고, 그 중에서도 정진상, 피고인 김용, 피고인 유동규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되어 수시로 만남을 가지면서 이재명의 성남시장 당선 뿐 아니라 향후 중앙 정계 진출 등 정치활동을 돕는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중략) 피고인 김용 등이 2020. 7.경 이후 위와 같이 이재명의 대선 경선을 위한 조직 구축, 지지세력 확보 등 대선 경선 준비와 그에 따른 정치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고액의 정치자금이 필요하였는데 (이하 생략)
세 사람은 이 대표의 ‘정치활동을 돕는 관계’이고, 이를 위한 ‘정치활동을 전개’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죠. 공소장에는 정 실장도 지난해 대선 경선자금을 요구한 주체로 김 부원장과 함께 등장합니다.
여기서 질문
‘정치적 공동체’라는 단어는 법률용어인가요.
관련 법령은
한국의 형사법 관련 법령과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홈페이지에 공개된 판례에서는 ‘정치적 공동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전문가 의견은
‘정치적 공동체’는 법률용어가 아닙니다.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조작 수사’, ‘정적(政敵) 사냥’이라고 비판하는 민주당에서는 이 점을 파고듭니다. 법조인 출신 중진 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말이죠.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정치공동체’라고 해서 마치 공범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 궁극적으로 이재명 당 대표를 기소하겠다, 라는 겁니다. (중략) 정치 목표를 같이 하면 정치 공동체죠. 이런 식의 검찰이 말을 만들어서 이재명 당 대표를 유죄의 프레임 안에 가둬 두려고 하는 그런 술법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22일, 정성호 의원 라디오 인터뷰)
“정치공동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걸 보면서 이거야말로 정치수사라는 것을 검찰이 자인하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해석을 하고 있어요. (중략) 정치공동체라는 말은 사실은 명확하게 이 돈의 출처, 돈의 용처라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 되는 거고 직접적으로 돈을 줬다라는 그런 물증들이 없기 때문에 (중략) 비법률적 용어를 통해서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굉장히 강력한 흠집내기다…”(지난 21일, 박범계 의원 라디오 인터뷰)
검찰 안팎의 서초동 법조인들도 ‘정치적 공동체’라는 단어가 아직까진 수사(修辭·레토릭)에 불과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합니다.
“이 대표가 알고 있었다면 ‘정치적 공동체’ 이론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공동정범이 볼 여지가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진 그게 불분명하니까 이러한 개념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영장 단계니까, 입증이 덜 된 상태에서 2인자나 다름 없는 사람에게 주면 이 대표에게 준 것과 다름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A 부장판사)
“‘정치적 공동체’는 법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상 공동정범이 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B 부장판사)
그렇다면 왜 영장에 홑따옴표로 강조하면서까지 ‘정치적 공동체’라는 단어를 쓴 걸까요.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의 부연설명입니다.
“이 대표와 정 실장이 한 몸이라는 의미죠. 정 실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 행위가 이 대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인 셈입니다. 다만, 정 실장이 돈을 받았다고 해도 바로 이 대표에게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법리상 ‘정치적 공동체’란 개념을 인정해 주는 건 별개의 얘기라는 뜻입니다.”
이 대표와 정 실장 등을 공모 관계, 즉 공동정범이라는 법적 개념으로 엮을 수 있도록 수사를 확대하려는 검찰의 속내가 묻어난 표현이라는 것이죠.
법원 판단은
기존 판례에서 ‘정치적 공동체’라는 단어를 찾아보긴 어렵지만 ▶국회의원 보좌관을 ‘소속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과 관련하여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보고 정치자금부정수수죄를 인정하며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사람이 실제로 그 자금을 정치활동을 위해 사용했는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건 대법원 판례로 정립돼 있습니다.
또 “비공무원도 공무원과 일체가 되어 범죄 행위를 저지르려는 공모 의사(‘공동가공의 의사’)를 갖고, 범행에서 역할을 기능적으로 분담(‘기능적 행위지배’)해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했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뇌물수수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건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 판례로서 굳어졌죠.
최순실씨가 받은 돈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로 볼 수 있느냐란 쟁점을 놓고 뇌물로 본 원심 판단을 인정하면서입니다. 이 사건 원심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반드시 ‘공동체’ 관계가 있어야만 공범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비신분자가 신분자와 함께 범죄를 실행하더라도 반드시 신분자인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되어야 한다든가, 신분자인 공무원과 비신분자의 관계가 통상 부부와 같은 ‘경제적 공동체’ 관계여서 공무원에 뇌물이 귀속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야만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요.
결국, 검찰이 향후 추가 수사에서 수집한 객관적 증거를 통해 이 대표와 정 실장, 김 부원장 등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느냐가 관건인 셈입니다. 만약 공범임을 입증하지 못 한다면 ‘정치적 공동체’는 단순한 레토릭에 그칠 수 있겠지요.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