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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충분" vs "최대 7%"…Fed 두 목소리에 금융시장 '혼란'

중앙일보

입력

5%냐 7%냐. 미국 기준금리의 최종 종착지를 둘러싼 이견에 금융시장이 혼돈 모드다. 기준금리 인상의 고삐를 쥔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온도 차가 극명한 탓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는 데 5%면 충분하다는 입장과 최대 7%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매파의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일말의 단서는 이번 주 중 발표되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다음 달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이전에 발표될 11월 미국 물가가 Fed의 기대만큼 진정되지 않으면 시장의 전망은 시계 제로에 빠질 수 있다.

“최종금리 5%면 인플레 억제하기에 충분”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제공=Fed]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제공=Fed]

지난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경기가 예상대로 진행되면 0.75~1.0%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긴축)이 있을 것”이라며 “이 정도 수준의 정책 금리가 합리적인 기간 동안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 충분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12월 FOMC와 관련해 보스틱 총재는 “향후 미국 경제가 몇 주 동안 예상대로만 흘러간다면, 다음 FOMC 회의에선 0.75%포인트 인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편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밟았지만, 이번에는 최대 0.5%포인트(빅스텝)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75~4.0%다. 보스틱 총재의 말대로면 내년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연 4.75% 혹은 5.0%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FOMC에서 빅스텝을 밟더라도 내년에 한두 차례 0.25%포인트(베이비스텝) 인상에 나서면서 긴축의 대장정이 끝날 수 있다는 다소 긍정적인 전망이다.

기준금리 최대 7%?…“인플레 멈출 때까지 금리 인상해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하지만 이런 발언에도 시장은 혼란스럽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Fed 내에서 극단적인 매파(통화 긴축)적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기 둔화나 침체를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성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며 테일러 준칙에 의거했을 때 기준금리가 최대 7%까지 올라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테일러 준칙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 변수를 적용해 산출한 적정금리를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불러드 총재는 지금까지 Fed가 이어온 통화 정책이 인플레에 끼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Fed 피벗’을 기대하는 시장의 염원과 달리 물가를 잡으려면 오히려 더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기준금리를 최소한 5.00~5.25% 수준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가 5%를 넘어야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을 충분히 제약하는 영역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닐 카시카리 총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닐 카시카리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같은 날 “인플레 상승세가 멈췄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며 “Fed의 궁극적인 임무는 인플레 억제”라고 강조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7.7%로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Fed의 인플레 목표치(2%)와의 격차가 큰 만큼 금리 인상은 당분간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Fed가 기준금리를 연 7%대까지 극단적으로 올릴 가능성은 작게 보지만, Fed 인사들의 엇갈리는 목소리에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6월 기준금리 상단이 연 5.25%에 이를 확률은 41.0%다. 5.0%(27.7%)와 5.5%(22.3%)도 적지 않다. 극소수는 6.0%까지 오를 가능성도 예상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Fed 방향 ‘힌트’ 담긴 FOMC 의사록 내용은

시장의 관심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11월 FOMC 의사록에 쏠린다. 12월 FOMC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특히 외부에서 제각각 발언을 쏟아내는 Fed 인사들이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서다.

주요 경제지표와 각종 이벤트 결과도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부터 미국은 최대 쇼핑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돌입한다. 인플레에도 꺾이지 않는 미국의 소매판매 흐름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지속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Fed가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볼 11월 CPI 상승률은 12월 FOMC 직전인 다음 달 13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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