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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ABCP 금리, 대부업체 수준으로...자금시장 경색 여전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4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수목적회사(SPC)인 파인우노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연 20.3~21% 금리에 거래됐다. 만기는 다음달 23일인데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보증을 섰는데도 대부업체 법정 상한 대출금리(20%) 수준까지 금리가 치솟았다. 같은 날 태영건설이 보증한 내년 1월 만기 ABCP 역시 연 15%가 넘는 금리에 거래됐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를 바라보는 채권 투자자들의 시각이 부정적이다 보니 PF ABCP 금리가 20%까지 치솟는 현상을 지켜보고 있다”며 “신용등급 A급 증권사들이 보증한 ABCP도 10%가 넘는 금리에 거래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PF ABCP,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 경색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번 주부터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달 초 ‘레고랜드 사태’의 여진이 지속하는 데다, 금리는 계속 오르고 기업 실적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CP 금리 연일 최고치 경신…금융위기 이후 최고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CP(91일물) 금리는 5.33%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1월 13일(5.37%) 이후 최고치다. CP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올랐다. 강원도의 채무불이행으로 올해 첫 ABCP 부도가 발생하면서 단기 자금 시장이 빠르게 냉각됐다.

CP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기업들이 장기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단기자금이라도 끌어오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단기 자금 시장에서 돈을 빌리려 하다 보니,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만 투자자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PF ABCP 금리도 두 달 새 3%→10%로 뛰어  

CP 중에서도 PF ABCP 경색은 특히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시행사 등은 건설사·증권사로부터 신용 보강을 받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단기 차입으로 바꾸려고 ABCP를 발행한다. 그러나 ABCP 만기 시점에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 자칫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다. ABCP 신용 위험이 커지면 금리도 치솟는다. 지난 9월 초 3~4% 수준이던 PF ABCP(A1 등급) 금리는 지난달 중순부터 7~9% 수준까지 올랐고 이달에는 10%를 넘어섰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증권사에 대한 시장 내 우려가 커졌고 PF ABCP에 대한 투자 선호도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 정책에도…시장 안정 찾는 과정 험난”

정부는 21일 1조8000억원을 풀어 증권사 보증 PF ABCP를 매입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경색이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는다.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상환 논란 등에 따라 투자 심리가 위축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도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더라도, 여전히 목표 금리까지 가려면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시중 유동성이 줄면 채권 투자 수요도 줄어 발행사들은 더 높은 금리를 불러야 한다.

여기에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도 채권시장 경색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기업이 버는 이익이 줄면 부족 자금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 유동성 축소로 투자 수요도 줄어든 마당에, 채권 발행만 늘어나면 금리는 더 뛰게 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시장 참가자들의 채권 접근은 조심스러운 상태”라며 “채권시장이 이미 경색 단계에 진입한 만큼 안정을 찾는 과정은 매우 험난할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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