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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친 도시 살리려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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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호 21면

도시의 생존

도시의 생존

도시의 생존
에드워드 글레이저·데이비드 커틀러 지음
이경식 옮김
한국경제신문

코로나19 와중에도 농촌에 가면 상대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와는 달리 사람 간 거리가 좀 더 떨어져 있고 아무래도 접촉이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밀집성과 근접성은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을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전 세계 인구의 76%, 한국 인구의 91%가 도시에 거주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도시’를 지금처럼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도시의 생존(원제 Survival of the City)』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의 번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집필됐다. “도시는 인류의 번영과 행복의 열쇠”라고 주장하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180도 바꿔 놓은 『도시의 승리(원제 Triumph of the City)』의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하버드대 보건경제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커틀러가 이 책을 함께 펴냈다. 말 그대로 도시의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도시생존법을 찾기 위한 고투(苦鬪)의 산물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미래를 강화할 청사진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대 도시에 대한 냉철한 현상진단과 함께 정책적 대안을 담은 것이 돋보인다.

밖으로 미국 뉴욕의 고층빌딩 숲이 보이는 서밋 전망대. 바닥이 거울로 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밖으로 미국 뉴욕의 고층빌딩 숲이 보이는 서밋 전망대. 바닥이 거울로 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이전엔 주로 탈산업화가 도시 위기를 몰고 왔다. 디트로이트 같은 미국의 러스트벨트 도시들이나 글래스고, 리버풀 등 영국의 대표적인 산업 도시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탈산업화로 힘을 잃어 왔다.

이 밖에도 도시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많다.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용, 일자리 간 격차, 재난과 재해에 취약한 기반 시설, 부실한 건강보험제도, 낮아진 상향이동의 가능성, 젠트리피케이션을 둘러싼 폭력과 갈등, 안전과 자유 사이의 딜레마 등 여러 문제가 도시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도시가 계속 성장하고 번영하고 모두에게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보건,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치안 등 여러 가지가 해결돼야 한다.

2000년 넘게 인류가 만든 도시들은 번성과 몰락을 거듭했지만 지금도 도시 문명은 굳건하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도시는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다. 다만 밀집성에 동반되는 온갖 ‘악마’들과 싸워 이겨야만 번영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다. 공공부문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개선하겠다는 사회의 전반적인 약속이 사라진다면 한국의 도시들 역시 위험해질 것이다.

저자들은 팬데믹에 대응하고 미래의 질병에 맞서 싸우기 위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세계적인 보건동맹체를 제안한다.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보건 관련 인프라 원조를 제공하고 가난한 나라들은 상하수도 및 새로운 전염병 발생원으로부터 사람들을 멀리 떼어 놓는 규칙에 동의하는 세계적인 보건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진이나 쓰나미,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 국지적·제한적 자연재해와는 달리 팬데믹에는 경계가 없다. 지구 반대쪽에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생기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분명히 배웠다.

질병은 상대적으로 덜 건강한 사람들을 공격한다. 우리의 상호 의존성을 튼튼하게 지켜내려면 질병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더 나은 보건의료 제도 그리고 건강 관련 행동을 바로잡는 더 나은 정책이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웃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도시 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들은 물론 이와 관련된 민간단체들과 회사들 모두 두루두루 참고할 만한 양서다. 일반 시민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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