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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보고 올게”…코로나 고3의 수능, 수능 한파는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엄마, 잘 보고 올게!”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 오전 7시. 패딩 점퍼의 지퍼를 단단하게 여민 한 남학생이 부모와 포옹한 뒤 가벼운 목소리로 인사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 김남영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 김남영 기자

3번째 코로나 수능…경찰차와 퀵서비스 오토바이 등장하기도

 3번째 ‘코로나 수능’은 응원전 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하권의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아침 날씨가 최저 기온 6도로 쌀쌀했기에 배웅 나온 가족들과 학생들 모두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는 등의 모습이었다. “수능 잘 보세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수험생들을 상대로 핫팩을 나눠주는 경찰들도 보였다. 학교 앞까지 편하게 수험생들을 내려주고자 나온 학부모들의 차들이 일시적으로 용산고 부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수험생들은 긴장된 얼굴로 등에는 배낭, 한 손에는 보온병과 도시락이 든 쇼핑백을 들고 교문을 지나쳤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경찰차를 타고 온 학생들도 나타나 주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한 학생은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기사와 악수하고 뛰어들어갔다.

고3 수험생 전지호(18)씨는 “아침밥으로 북엇국을 먹고 왔다”며 “긴장되지만 잘 치르고 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재수생 김동건(19)씨는 “실수만 안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 김남영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 김남영 기자

학부모들 “새벽 4시부터 도시락 준비” 두 손 모아 기도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손을 잡고 교문 앞까지 걸어온 뒤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하며 배웅했다. 한 어머니는 자녀가 교문에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바라보다, 시선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교문 앞에서 눈을 감고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했다.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간 이후 “내가 더 떨리네”라며 눈시울을 붉히다 핸드폰 카메라로 학교 사진을 남기는 부모도 있었다.

새벽 4시부터 도시락을 준비했다는 한동연(50)씨는 “외아들의 수능인데 담대한 마음으로 다녀오라고 했다”며 “든든하게 먹으라고 도시락에 소고기뭇국과 소불고기, 시금치명란무침, 계란말이 등을 넣어줬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자녀를 배웅한 전다림(46)씨는 “코로나 3년 내내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고생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며 “소화 안 될까 봐 도시락에 소화제 한 병 넣었다”고 말했다. 지하철로 1시간 거리를 함께 왔다는 아버지 강희철(50)씨는 “집에서 모의고사 푼다는 생각으로 보라고 했다”며 “도저히 일이 되지 않을 거 같아 하루 연차냈다”고 했다.

이날이 지나면 수능 디데이를 셈하게 되는 고2 학생인 백윤지(17)양은 “오빠가 이 학교로 시험을 치러와서 배웅하러 나왔다”며 “아직 실감이 안 나서 안 떨리는데, 내일 되면 기분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고는 8시 10분 입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혹시 모를 지각생들을 위해 문을 열어뒀다. 마지막 수험생은 9분 늦은 8시 19분에 도착했다. 8시 20분이 되자 학교 관계자가 쪽문까지 단단히 닫았다.

수험장에 들어간 학생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안 복도에서는 학생들이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었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후드티와 트레이닝복 바지, 학교 체육복 등 편한 복장을 한 학생들은 텀블러와 수험표를 올려놓고 모의고사 문제지와 책을 들여다봤다.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곳의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총 지원자는 50만8030명이다.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인근 교통관리를 위해 인력 1만163명과 순찰차 1245대, 사이드카 423대를 동원했다. 시험 종료 후에는 다중인파 예상 지역에 교통경찰을 배치해 사고 예방 활동을 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도 수능과 관련해 218건의 112신고를 접수해 이 중에서 128건을 조치했다. 수험생 태워주기 113건, 수험표 찾아주기 7건, 고사장 착오에 따른 수송 8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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