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계 주요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난다. 각 기업은 5000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할 예정이다.
2조 달러로 추정되는 재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에서 ‘미스터 에브리싱’이라고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이날 새벽 전용기를 통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했다. 그는 롯데호텔에 머무르며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저녁이나 이튿날 오전 일본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 기업과 네옴시티 관련 협력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면적에 스마트 도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시티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해상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기업들은 인프라 건설, 정보기술(IT) 서비스 구축, 교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주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이미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인공지능(AI), 초고속 이동통신망 등 IT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현대차는 차세대항공교통(AAM)·로봇·자율주행, SK는 초고속 이동통신망·친환경 에너지, 한화는 태양광·도심항공모빌리티(UAM), CJ는 K팝을 중심으로 한 문화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한다. 이 밖에도 빈 살만 왕세자는 그룹 회장들과 사우디 원전 개발, 조선·플랜트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전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이다.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이 회장과 최 회장, 정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과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 참석해왔지만 이날 회동을 위해 전날 법원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말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3차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맞붙는다. 재계는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각국에서 유치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