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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中 ‘제로 코로나’…일부 방역 해제에 시민들 되레 패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 스자좡시 도심 상가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중국청년보

지난 14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 스자좡시 도심 상가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중국청년보

지난 3년 가까이 계속된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남부 광저우(廣州)시 하이주(海珠)구 일부 단지에서 주민들이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방역을 완화한 북부 스자좡(石家莊)시에서는 시민들이 갑작스러운 ‘방역 해제’에 감기약을 사재기하는 등 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네티즌 사이에 허베이(河北)성 스자좡시가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는 전면 개방 시범 도시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앞서 스자좡시는 지난 12일 ‘모든 시민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중앙의 20개 조치를 엄격히 집행하고, 모든 불일치 사항을 전면적으로 바로잡겠다”고 발표했다. 발표와 동시에 시내 핵산 검사소를 모두 폐지하고, 공공장소 출입에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는 등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10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하고 방역 정책을 개선한다는 명목의 20개 조 완화 정책을 결정한 지 이틀 만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환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자좡에선 ‘제로 방역’을 우려하며 코로나 19에 효과가 있는 감기약인 연화청온(連花清瘟) 캡슐약 사재기가 시작됐고 자녀의 등교를 막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15일 스자좡 시내의 한 약사는 “연화청온 캡슐과 과립약이 모두 품절”이라며 “200갑과 400갑들이 재고 두 상자가 하루 만에 모두 다 팔렸다”고 인터넷매체 홍성신문(紅星新聞)에 말했다. 연화청온 제조사인 이링약업(以嶺藥業)은 최근 2년간 확충한 생산 능력을 모두 가동해 수요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향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지난 14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 스자좡시 도심의 한산한 지하 상가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중국청년보

지난 14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 스자좡시 도심의 한산한 지하 상가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중국청년보

스자좡의 실험에 중국 네티즌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에서는 검색어 ‘#스자좡방역(石家莊疫情防控)#’이 등장 나흘 만인 16일 오후 클릭 22.9억건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후시진(胡錫進)은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자신의 웨이보에 “스자좡이 감염의 엄중함에도 대형 마트를 열고, 공공장소에서 건강코드 검사를 폐지하고, 등교를 재개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외출을 꺼리고 있다”며 최근 사태를 우려했다.

시민의 혼란이 이어지자 당국이 수습에 나섰다. 장차오차오(張超超) 스자좡시 당서기는 14일 허베이사범대 시찰 중 방역 완화 통지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20개 조 시행이 결코 ‘당평(躺平·평평하게 눕기)’이나 방치가 아니며, 결코 이른바 ‘전면 개방’은 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 서기는 “방역의 과학성·정확성을 높여 틀어막을 곳은 막고, 풀 곳은 풀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로 코로나 방침의 혼선은 당 기관지도 마찬가지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4일 4면에 게재한 ‘해외유입과 국내 재확산을 방지한다는 총책략을 확고부동하게 시행해야’라는 칼럼은 이례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차 당 대회 직전과 180도 달라진 지침에 ‘제로 코로나’ 폐지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5일 인민일보는 3면에 “‘제로 코로나’ 총방침을 확고부동하게 관철해야”라는 칼럼을 싣고 전날과 달리 ‘제로 코로나’ 방역 관철을 촉구했다.

인민일보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오락가락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덩위원(鄧聿文) 재미 시사평론가는 지난 14일 미국의소리(VOA) 기고문에서 “시진핑 주석은 단기간 안에 제로 코로나 포기를 선포할 수 없다”며 “코로나 확산 추세가 아직 심각할 뿐만 아니라 제로 코로나가 지난 3년 간 최대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에 현재 제로 코로나가 정치적 부담으로 바뀌었음에도 방역 정책의 실패를 선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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