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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석열·시진핑 발리 회담, 한·중 관계 회복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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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간 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간 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연합뉴스]

윤 “성숙한 관계 협력” 시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

미·중 정상은 “경쟁해도 선 넘지 말자”며 관리 모드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건 3년 만이다. 다자회의 중 25분간 짬을 낸 만남이었고, 공동성명도 내진 않았지만 취임 6개월을 맞은 윤 대통령과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이 얼굴을 맞대고 한·중 관계를 다잡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한·중 간 긴밀한 소통이 양국 이익에 부합함을 강조하면서 “상호존중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주도하고 기여하는 것이며, 그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한다”고 설명하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또한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며 한·중의 전략적 소통과 정치적 상호 신뢰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두 나라 경제의 상호보완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G20 등에서 소통·협조를 강화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경제협력의 정치화와 범안보화에 반대해야 한다”며 한국의 ‘칩4(Chip4)’ 반도체 협의체 참여 등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도 견제했다.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모습. G20정상회의 기간 중 열렸다. [연합뉴스]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모습. G20정상회의 기간 중 열렸다. [연합뉴스]

이날 한·중 정상은 양국관계 복원의 최대 걸림돌인 사드(THAAD) 문제는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양 정상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진 못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으나 시 주석은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주문에 그쳤다. 그럼에도 30년 전 수교라는 담대한 선택으로 ‘윈-윈’의 길을 찾았던 한·중 양국의 두 정상이 ‘새로운 30년’을 위해 소통·협력의 의지를 다졌다는 점은 평가할 일이다.

전날 열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회담도 불확실성 속에 있던 국제사회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두 정상은 세 시간 넘게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전쟁 등을 놓고 ‘솔직한’ 대화를 했고, ‘선은 넘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를 했다. 대만 문제도 입장이 맞섰지만 이 역시 ‘상황 악화 방지’에 방점을 뒀다. 회담 뒤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이 있을 필요는 없다.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시 주석은 “중·미 관계는 네가 흥하면 내가 망하는 ‘제로섬 게임’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강대강 국면은 피한 모양새다. 하지만 미·중 간 긴장은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처를 놓고 시각차를 분명히 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 정부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