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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통화 긴축 이어가되 이젠 속도조절 고민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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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대통령실 제공) 2022.11.16/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대통령실 제공) 2022.11.16/뉴스1

금융 안정 등 강조한 일부 금통위원 발언 주목

시차 두고 나타나는 금리인상 효과 잘 따져봐야

어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시행 중인 긴축적 통화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거론됐다. 미국·영국·유럽연합(EU)·캐나다 등 주요국은 그간 물가를 잡기 위해 숨 가쁘게 기준금리를 올려 왔다. 우리도 이들 국가와 보조를 맞춰 금리를 인상했다. 2007년 이후 금리를 올리지 않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나 전쟁 등의 자국 사정에 따라 오히려 금리를 내린 러시아·터키 등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전 세계 통화정책에서 긴축 흐름이 강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통화 긴축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달 초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 긴축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연준의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최근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네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린 연준이 올해 마지막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다음 달에는 금리 인상 폭을 약간 줄여 0.50%포인트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물가 오름세도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니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미국이 속도조절을 얘기했지만 긴축 흐름은 여전할 것이고,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연준은 공언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도 어제 “중앙은행은 단호하게 행동하는 게 옳다”며 “중앙은행이 물가전쟁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게 최악”이라고 썼다. 고통스럽지만 물가 잡는 게 여전히 최우선 정책 목표라는 것이다.

자국 통계에만 신경 쓰는 연준과 우리 통화 당국의 고민이 같을 수는 없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지면 자본 유출이 걱정되고 외환시장 불안도 신경 써야 했다. 187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에 짓눌려 있으니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진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가 역대 최고 수준인 4%에 육박하며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최근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13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어 당국의 부담이 다소 줄었다.

다음 주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금리를 결정한다. 통화 긴축의 고삐를 단단하게 유지하되, 우리도 속도조절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올해보다 어려운 내년 경제와 고금리로 인한 채권시장의 불안을 잘 따져야 한다. 신용 경색과 금융 안정을 강조한 일부 금통위원의 발언에 주목한다. 금통위가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연이은 금리 인상의 효과를 냉정하게 따져보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