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이어 "헵번 코스프레"…김건희 외모만 때리는 野노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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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외양(外樣)을 또 문제삼고 나섰다. 이번엔 김 여사가 세계적인 영화배우이자 자선 사업가인 오드리 헵번을 따라 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 중인 김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한 아동의 집을 방문해 찍은 사진 구도와 옷차림을 두고 내놓은 주장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의 집을 찾은 김건희 여사의 모습, 야권에서는 이 모습이 1992년 소말리아 바이도아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찾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오른쪽)이 영양실조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진 속 모습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유니세프 페이스북 캡처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의 집을 찾은 김건희 여사의 모습, 야권에서는 이 모습이 1992년 소말리아 바이도아 유니세프 급식센터를 찾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오른쪽)이 영양실조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진 속 모습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유니세프 페이스북 캡처

野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與 “‘관광객 영부인’보다 천배 좋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집 앞에서 소년을 안아 든 모습의 복장ㆍ시선ㆍ분위기 모두 1992년 오드리 헵번이 소말리아에서 영양실조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행보가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취지에서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란 표현까지 동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배우자 공식 행사는 안 가고 환자 집에 찾아가서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했다”고 말했다. 전날 당내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따라 하고 싶으면, 옷차림이나 포즈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희생을 따라 하라”고 썼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에 국민의힘은 “그저 윤석열 정부 빨리 망하라고 고사 지내고 있는 ‘더불어 시비당’ 같다”(김기현 의원)고 반박했다. 김기현 의원은 과거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 등을 언급하며 “저는 ‘관광객 영부인’보다 오드리 헵번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선행 영부인’이 백배 천배 더 좋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빈곤 포르노 화보’라는 표현엔 “빈곤국 의료취약계층 어린이에게 침을 뱉는 막말”(유상범 의원)이란 비판도 나왔다.

대선 때부터 “외모 품평”…취임 후엔 모자 망사까지 지적

민주당 내에서도 “남의 외모나 옷차림에 그렇게 표현을 하는 건 삼가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모에 관한 부분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스토커처럼 과민하게 주목하는 건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주당의 과거 김 여사 외모 평가 사례를 언급하며 “공당이 공적 영역이 아닌 개인 프라이버시를 계속 지적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선때부터 민주당은 김 여사의 외양을 거론했다. 지난 2월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김 여사는) 과거 얼굴보다는 성형 후가 이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성 외모 품평까지 하면서 선거에 임하나. 이성을 찾으라”(이준석 대표)고 말했지만, 민주당의 외모 지적은 계속됐다.

지난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오른쪽 사진)의 의상과 비슷하다고 올려진 재클린 케네디 여사 의상.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연합뉴스

지난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오른쪽 사진)의 의상과 비슷하다고 올려진 재클린 케네디 여사 의상.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엔 김 여사가 재클린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부인)를 따라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 만찬(5월), 첫 순방이었던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6월) 일정 등에서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민주당은 김 여사가 재클린 케네디의 패션을 따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김 여사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참석했을 땐 김 여사가 쓴 ‘검은 베일(veil)’이 달린 모자도 비판 대상이 됐다. 방송인 김어준씨와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 등 야권 스피커들은 “망사는 로열패밀리 여성들만 쓰는 것”이라며 김 여사가 예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월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월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여사 등 여러 정상 배우자들이 베일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장례식장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이에 보수단체인 대안연대는 “공공의 이익이 아닌 김 여사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고의 발언”이라며 두 인사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부인 소피 그레고리 트뤼도와 함께 9월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부인 소피 그레고리 트뤼도와 함께 9월 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 안 하고 외모만 가꾼다’ 프레임”…“여성 혐오 정치”

한국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외모 품평이 유독 김 여사에 대해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은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의 개인적 셈법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야권 지지층 내 비호감도가 높은 데다, 외모ㆍ패션은 대중 주목도가 높은 영역이다. 실제 김 여사 외양에 대한 논란은 온라인에서 먼저 생성된 후 일부 정치인이 호응하며 공론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또 “김 여사가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중도층에서도 일부 반감이 있어, 민주당이 약한 고리로 판단한 것 같다”(김윤철 경희대 정치학 교수)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도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김 여사에게 ‘일은 안 하고 외모만 가꾼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외모에 대한 공개 언급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김 여사가 설령 오드리 헵번과 비슷한 옷을 입었다 한들 패션이 왜 문제가 되겠냐”며 “패션을 정쟁화하는 건 국민이 보기엔 유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는 “외모를 소재로 한 감정 정치”, 김형준 교수는 “기본 소양이 안된 여성 혐오 정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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