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다음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른팔인 정진상(54)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뇌물 1억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소환한다. 검찰은 정 실장을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해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로비를 위해 민간업자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뒤 위례·대장동 사업자 선정 등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2014년 4월부터 1억 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두고 있다. 이어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위례·대장동 사업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과 정치적 공동체’라고 명시하고,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위례 사업자 공모 전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가 함께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보고받고 사업자로 선정했다며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모 관계를 밝히기도 했다.
정진상 압색영장에 나온 차명 의혹…김만배 “줄 생각 없었다”
이 대표와 최측근 정 실장,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는 가장 큰 의혹은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이후 이 대표의 중앙정계 진출 자금을 마련하려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차명 지분을 보유했다는 의혹이다.
정 실장 영장에서 김만배(57) 화천대유 대주주가 2015년 6월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 잘 보관하고 있을게”라는 취지로 말하자 정 실장이 “뭐 저수지에 넣어둔거죠”란 취지로 대답했다는 부분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김씨의 말이 달라졌다. 지분은 37.4%→30%→24.5%로 점점 축소되고, 그에 따른 배당금도 1510억원에서 700억원을 거쳐 428억원(10.6%)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지분 및 배당금 배분 관련 논의를 한 건 맞지만 그 돈을 줄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뇌물약속을 한 게 아니다”란 입장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정진상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김만배씨가 정진상 실장과 김용 부원장,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 3인방에게 로비 자금을 얼마만큼 어떻게 전달할지 등을 약속했는지 적시했다.
영장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2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처음 차명 지분 얘기를 꺼냈다. 당초 35%를 약속받았던 남욱 변호사에게 “너는 25%만 갖고 빠지라. 정영학도 16%만 받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내 지분이 49.9% 정도인데 실제 12.5%에 불과하고 나머지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말했다. 김씨 발언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정진상 실장에게 전달됐다. 지분 37.4%는 2020년 말 민간사업자 배당금(4040억원)으론 약 1510억원에 해당한다.
이어 2015년 6월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이후 37.4%→30%로 줄었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지분을 줄인 데 대해 “사업 진행 경과, 비용지출 등 상황을 고려해 지분의 30%만 주겠다”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에게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라고 한 것도 이때다. 지분 30%는 나중에 배당금 약 1212억원의 가치가 된다.
그 무렵 김만배씨는 배당지분에 따라 SK증권 특정금전신탁법인 형태로 천화동인 1~7호를 설립했고, 이 중 천화동인 1호(지분율 30%)를 3인방 몫으로 배정했다. 하지만 김씨의 말 바꾸기는 끝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이 진행되고 2019년 3월부터 2021년 3월 29일까지 김만배씨 등이 5916억원가량(성남도시개발공사 몫 1830억원 포함)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2020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대선 준비에 착수한 정 실장, 김용 부원장 등은 같은 해 9월부터 “약속한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2020년 10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종전에 약속한 천화동인 1호 지분 30% 전부를 주기는 어렵고 내 지분(49%)의 절반인 24.5%만 주겠다. 상응하는 배당이익 중 세금 및 공과금 등을 제외한 700억원을 주겠다”라고 약속을 바꿨다. 이번에도 사업 과정에서 이미 소요된 비용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라고 한다. 지분 24.5%에 따른 배당금은 약 990억원인데 290억원을 세금 등 명목으로 깎은 셈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 김씨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약속한 700억원을 지급할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지급을 미뤘다. 유 전 본부장이 설립한 유원홀딩스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는 방안 등이 이때 검토됐다.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김만배가 돈을 지급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란 말을 들은 후 김씨가 지급절차를 핑계로 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해 “이 양반 미쳤구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정 실장은 2021년 2월 김씨에게 직접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회계사에게 “3분의 1은 유동규 자식에게, 3분의 2는 유동규 형들(정진상·김용)에게 직접 줘야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그후 또 말을 바꿨다.
김만배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2021년까지 예상되는 전체 수익금 중 지급하기로 한 24.5% 금액에서 정진상 측이 부담해야 할 공통비, 유동규가 선급금 형태로 먼저 받아간 자금 등 관련 비용을 공제하면 428억원이 남는다”라며 “남욱이 천화동인 1호에 대한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지분반환 소송을 하면 남욱에 지분을 돌려주는 방법으로 약속한 돈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인 것처럼 자신에게 소송을 걸면 합의금으로 428억원 줄 테니 정 실장 측에 대신 전달하라는 뜻이다.
측근 “지난해 4월 김만배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난리’ 하소연”
김만배씨 측은 이 같은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 의혹 및 700억원 뇌물약속 혐의에 대해 “애초에 돈을 줄 생각도 없었고 실제 돈을 준 적도 없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지분 배정이나 배당금 배분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의를 한 건 맞다”고 하면서도 “돈을 달라는 사람이 많아 그때그때 과장이나 허풍으로 한 얘기”란 입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근들이 자신들의 몫을 주장하며 돈을 요구했지만 자신은 실제 700억원을 줄 마음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 측근 인사도 “2021년 4월께 김만배씨가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난리다’ ‘지긋지긋하다’라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한 법조인은 “재판 중인 ‘651억원 α’ 배임 혐의는 피해자가 있는 죄이기 때문에 국가가 곧바로 부패재산으로 몰수·추징하기 어렵다”며 “반면 뇌물은 국고로 바로 몰수될 수 있으니 김씨가 뇌물약속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는 건 700억원을 지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배임죄는 확정되더라도 피해자인 성남시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나서 별도 소송을 통해 불법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의 3인방에 대한 뇌물약속 혐의를 법원이 유죄로 인정할 경우 700억원 전액 국고 환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