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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이재명 배임혐의 수사...수상한 서판교 터널 파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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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 대표 측근인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공소장과 정진상(54)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2013년 9월부터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유흥주점 접대를 수시로 받으며 유착관계를 형성한 뒤 각종 뇌물과 선거자금 지원을 받은 혐의를 적시한 데 이어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검찰은 특히 이 대표의 배임 혐의와 관련 사업자에 이익 극대화의 계기를 제공한 대장동 ‘서판교 터널’ 공사 부분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 서판교 운중동에서 대장동으로 이어지는 서판교 터널이 지난해 5월 개통했다. 사진 성남시

성남시 서판교 운중동에서 대장동으로 이어지는 서판교 터널이 지난해 5월 개통했다. 사진 성남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 이후에 당초 계획에 없던 ‘서판교 터널’ 공사를 추가한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서판교 터널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북쪽에 있는 터널로,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와 서판교 운중동을 잇는 터널이다. 지난해 5월 개통한 이 터널이 없었다면 서판교에서 대장동을 가려면 먼거리를 우회해야한다.

이 대표는 앞서 서판교 터널(893m)과 남측진입로(1.7㎞)와 배수지를 합친 공사비 920억원을 공공이익으로 환수했다는 점을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개발이익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인가조건에 기반시설 설치를 추가했다”며 “성남시가 해야 할 기반시설을 성남의뜰이 맡아 이익이 줄어 들어 당시 업체 대표가 내 재판에 나와서 나보고 빨갱이라고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업 시행자인 성남의뜰이 사업비로 기반시설 공사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성남시 예산을 절약했다는 취지다.

대장동 사업자 선정 뒤 등장한 서판교 터널…배임 혐의 여부 검토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뉴시스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뉴시스

그러나 검찰은 서판교 터널의 경우 부동산 값에 영향을 미치는 호재인데도 이를 대장동 사업자 선정 1년여 뒤 개발계획을 변경해 고시함으로써 대장동 사업자들에게 이익을 챙기게 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서판교 터널은 2014년 05월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지정’ 때나 2015년 6월 고시한 ‘결합 도시개발구역 개발계획’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서판교 터널 신설 계획은 2015년 6월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합작법인 성남의뜰과 사업협약을 체결한지 1년 5개월 지나 2016년 11월 1공단 결합개발을 해제한 ‘개발계획 변경 및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에 추가됐다. 2017년 6월 ‘북측 터널 도시계획시설 결정’으로 최종 확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화천대유 등 사업자로선 서판교 터널이 반영 안 된 헐값에 땅을 수용해 택지개발을 하고, 터널 계획이 발표된 뒤 조성한 택지를 팔거나 아파트를 직접 분양해 막대한 차익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2015년 2월 사업자 공모 당시 화천대유에 밀려 공모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공모신청서에서 서판교 터널 공사비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고려하면, 서판교 터널 공사를 이 대표의 치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서판교 터널 공사비로만 당초 6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지만 실제 566억원에 공사를 마쳤다. 남측진입로(76억원), 배수지(61억원) 등을 합치면 성남의뜰이 부담한 기반시설 공사비는 원래 추산 보다 217억원이나 덜 들어갔다.

다만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서판교 터널과 관련한 부분은 아직 이 대표의 배임 혐의점이 뚜렷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대장동 사업자들이 정진상 실장, 유동규 전 본부장 등을 통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사업자 공모에서 건설업자 참여 배제 ▶성남도공 이익 배당 1822억원으로 확정 ▶지분율에 따른 추가 이익 환수 배제 등을 요청해 최종 재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허위사실공표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성남시장 시절 정민용 전 공사 전략사업실장, 고(故)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으로부터 10여차례 대장동 사업에 관해 직접 보고를 받고 1공단 결합개발 해제 등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김용 부원장의 공소장에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이익 극대화에 필요한 편의를 봐 달라고 요구하면 유동규 전 본부장을 거쳐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을 통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전달해 성남시 의사 결정에 반영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도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죄 적용을 위한 포석이라고 법조계는 관측한다.

특히 “이재명은 2010년 6월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공사를 설립해 위례신도시, 대장동 등 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제1공단 공원화 등 자신의 치적사업을 벌일 재원을 마련하고자 했다”“이재명은 2012년 2월 '시민과의 인사회'에서 '공사를 만들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유동규도 당초 공공개발 방식이 아닌 주민참여형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이에 남욱 등 민간업자들은 법조인·정치인·관료 등과 인맥을 넓혀온 김만배를 통해 성남시의원들에 대한 공사 설립 로비를 벌였다”라는 등 공사 설립 단계부터 이 대표와 측근, 민간업자들의 상호 협력을 담기도 했다.

검찰은 2013년 9월 시의회에서 공사 설립 조례가 통과된 뒤 김용·정진상·유동규 등과 민간업자 측이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이후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혜와 뇌물, 2014년 지방선거 자금, 2021년 대선 경선 자금 등을 주고받는 관계가 됐다고 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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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는 쉽지 않겠다”며 “이런 허무맹랑한 조작 조사를 하려고 대장동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조작은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용 부원장 역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사실도 없고 대장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나 이익을 분배받기로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유동규에게 대선자금을 마련하라고 말하거나 유동규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없는 사실에 객관적 물증이 존재할 리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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