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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정진상·김용, 李 중앙정계 진출 도모…민간업자 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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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정진상(54)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등 세 사람이 대장동 사업을 위한 공사 설립에 민간 사업자를 먼저 끌어들였다고 김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0일 파악됐다. 지난해 10~11월 대장동, 지난 9월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공소장에선 업자 측이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들을 포섭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취지의 내용을 주로 담았던 것과 다른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실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는 모습. 뉴스1

검찰 관계자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실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는 모습. 뉴스1

[김용 공소장] 檢 “정진상·김용·유동규, 이재명 중앙 진출 돕는 관계”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 부원장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 이 대표의 측근들이 먼저 대규모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공사 설립을 위해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노력했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이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수시로 만남을 가지면서 이재명의 성남시장 당선뿐 아니라 향후 중앙 정계 진출 등 정치활동을 돕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취임한 지 약 3개월 뒤인 2010년 10월 공사 전신인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용됐다. 이후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등이 이 대표의 공약이었던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 일부를 자신들 몫으로 돌릴 방법을 모색했고, 그러기 위해선 성남시 단독이 아닌 민관 합동개발 방식을 추진할 공사 설립의 필요성을 상호 인식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검찰은 이들 세 사람이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당시 성남시의회 다수당 한나라당(2012년부터 새누리당)의 대표의원이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포섭하려 했고, 이를 위해 대장동 민간업자 중 한 명이자 최 전 의장과 가까운 남욱 변호사에 먼저 접근한 것으로 봤다. 당시 새누리당이 이 대표가 추진하던 공사 설립에 반대해 조례안을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는 시의회 의장의 권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공소장에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은 공사 설립에 반대하는 시의원들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공사 설립 방안을 모색하던 중 2011년 말 이후 최 전 의장이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와 유착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장동 개발 방식을 민관 합동개발 방식으로 변경해 주는 걸 고리로 삼아 민간업자들을 포섭하고 이들을 통해 최 전 의장을 설득해 공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최 전 의장을 후반기 시의회 의장으로 만들고자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에 대한 로비를 위해 남 변호사를 통해 머니투데이 기자였던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까지 순차 포섭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최 전 의장이 새누리당 내 경선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은 오랜 기간 법조 출입 기자로 활동하면서 법조인은 물론 정치인·관료 등과 인맥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진 김만배를 통해 2012년 2월경부터 성남시의원들에 대한 공사 설립 로비를 하고, 대장동 주민들로 하여금 공사 설립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시의원들을 찾아가 공사 설립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가결되도록 꾸준히 시위를 하게 했다”고 썼다.

이후 최 전 의장은 2013년 2월 28일 본회의에서 직권으로 공사 설립 조례안을 상정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최 전 의장은 사전에 조례안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역할까지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이처럼 남 변호사 등과 공사 설립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관계로 발전해 2013년 3~8월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 측으로부터 합계 3억5200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2013년 9월 공사 설립 이후에는 김 부원장과 정 실장도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남 변호사로부터 고급 유흥주점에서 1회 수백만원 상당의 접대를 수시로 받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 “피고인 김용 등 이 2020년 7월 이후 이재명의 대선 경선을 위한 조직 구축, 지지세력 확보 등 대선 경선 준비와 그에 따른 정치활동을 전개하면서 고액의 정치자금이 필요했다”며 김 부원장의 이재명 지지세력 조직과 전략을 서술하면서 당시 생겨난 조직들의 명칭도 나열했다. 2020년 11월~2021년 4월까지 전국 17개 권역별 본부가 출범한 ‘기본소득운동본부’, 2020년 11월~2021년 7월 전국 14곳에 광역본부가 출범한 ‘대동세상연구회’ 등이다. 전남 지역에서 ‘광주·전남 희망사다리포럼’ ‘희망22포럼’‘공정사다리포럼’ 과 이해찬계 대표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민주평화광장 , ‘공명포럼’ 등을 발족했다고 적시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뉴스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뉴스1

정진상 영장엔 “김만배 돈 안주자 ‘이 양반 미쳤구만’”…정 “허구 주장”

검찰은 정진상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선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9월 서울 역삼동 유흥주점에서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합계 약 410만원 상당의 술과 향응 등을 제공받았고, 그 후 정 실장은 2013년 10월 지인들과 함께 남 변호사가 계산하기로 한 같은 유흥주점에 찾아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로부터 합계 약 330만원 상당의 술과 향응 등을 제공받았다”고 적시했다.

영장에는 또, 김만배씨가 2015년 6월 김씨 49%, 남욱 25%, 정영학 16% 등 업자별 배당지분에 따라 천화동인 1~7호를 설립하면서 김씨 몫 천화동인 1호(지분율 30%)를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등 세 사람 몫으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당시 “너네 지분이 30%나 되니 필요할 때 써라. 잘 보관하고 있을게”라고 하자 정 실장이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포함했다. 검찰은 ‘저수지’ 발언이 이 대표가 대선 출마 등 중앙 정계에 진출할 때 쓰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장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9월부터 정 실장 등이 약속한 돈을 요구하자 같은 해 10월 “30%(당시 배당금 1200억원) 전부를 주기는 어렵고 내 지분(49%)의 절반인 24.5%에 해당하는 배당이익 중 세금 및 공과금 등을 제외한 700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당시 정 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서 ‘김만배가 구체적인 돈 지급 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곤 지급 절차를 핑계로 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해 “이 양반(김만배) 미쳤구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도 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1년 2월 정 실장이 직접 김씨에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하자 “정 실장 측에서 부담해야 할 공통비, 유동규가 선급금 형태로 먼저 받아간 자금 등 관련 비용을 공제하면 428억 원이 남는다. 남욱이 지분반환 소송을 하면 지분을 돌려주는 방법으로 약속한 돈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천화동인 1호 차명 보유에 따른 배당금의 용처 등이 전부 이 대표의 정치자금 명목이었다고 보는 셈이다.

이에 정 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482억 약정설도, 저수지 운운 발언도 그들의 허구 주장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은 삼인성호로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며 “끝내 이재명의 결백함은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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