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 6·25 전쟁 22개국 참전국이 1분간 부산을 향해 묵념했다.
11일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서 열렸다.
오전 11시 사이렌이 울리자 6·25 전쟁 22개 참전국 외교사절단은 일제히 1분간 묵념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박민식 보훈처장 등도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 자유 수호에 목숨을 바친 유엔 전몰장명을 추모했다.
이어 국가원수급 최고 예우로 기린다는 의미에서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유엔군 부사령관인 앤드루 해리슨 중장의 인사말에 이어 ‘마지막 임무’를 주제로 헌정 공연이 진행됐다.
영국군에서 전사자 시신 수습요원으로 복무한 제임스 그룬디, 미 해병대 병사의 유해 송환을 평생의 임무로 삼은 리처드 위트컴 장군 부부의 생애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유엔기념공원에 합장된 캐나다인 허쉬 형제의 외손자로 세인트진 왕립군사학교 생도인 브라이언 카나카키직은 유엔 참전용사인 할아버지를 기리며 미래세대의 다짐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헌정 공연 후 6·25전쟁 당시 부산에서 미 육군 제2군수기지사령관을 지내며 전후 부산 재건에 힘쓴 고 리차드 위트컴 장군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이 추서됐다.
한 총리가 장군의 딸 민태정 위트컴희망재단 이사장에게 훈장을 전달했다.
한덕수 총리는 추모사에서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기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반드시 수호하겠다”며 “우리 사회를 흔들기 위한 북한의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추모 비행 등 대한민국 국민의 사명과 다짐을 주제로 한 추모 공연이 열렸다.
이번 추모식은 그간 코로나19로 한동안 한국을 찾지 못했던 유엔 참전용사와 가족 등이 대거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유엔 참전용사와 가족은 15개국 114명이다.
추모식이 끝난 뒤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치안유지 업무를 수행한 마티아스 후버투스 호헌봄, 6·25전쟁에 두 차례 참전한 에두아드 율리우스 엥버링크(이상 네덜란드), 영국으로 돌아간 뒤 34년간 부산을 찾아온 제임스 그룬디(영국) 등 참전용사의 유해 안장식이 열렸다.
안장식에는 유가족과 주한네덜란드대사, 주한영국대사, 국가보훈처장, 유엔군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엥버링크 유족은 “아버지는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왔다”며 “전우 곁에 잠들고 싶다는 뜻을 생전에 항상 밝혀 왔다”고 전했다.
그룬디씨 수양 손녀 박은정 유엔기념공원관리처 대외협력국장은 추도사에서 “그가 34년 동안 유엔기념공원을 매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전우를 생각하는 숭고한 마음”이라며 “유엔기념공원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12일에는 프랑스 참전용사 로베르 유진 쟝 데지레 피케날드씨 안장식이 열린다.
매년 11월 11일 기념하는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작년 3월 ‘유엔 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턴 투워드 부산’이라는 표어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22개국 유엔 참전국이 11월 11일 1분간 함께 묵념한다는 의미로, 2007년 첫 행사부터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