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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찾던 통도사, 상생길·둘레길로 이어 관광 인프라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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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2022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이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통도사 108배를 올리게 된 일화를 언급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양산시]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이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통도사 108배를 올리게 된 일화를 언급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양산시]

나동연(67) 경남 양산시장은 오전 4시 일어나 아내와 함께 통도사로 향한다.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자락에 있는 통도사는 그의 집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대웅전에서 아내는 새벽 기도를 드리고 나 시장은 108배를 올린다. 때론 3000배를 올릴 때도 있다. 그런 다음 통도사에서 산문(정문)까지 1㎞쯤 되는 소나무 숲길(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을 걷는다. 이틀에 한 번 정도 반복되는 ‘생활 패턴’이다. 나 시장은 “이런 생활은 4년 전 양산시장 3선에 도전했다 낙선한 뒤 시작됐다”며 “108배와 산책을 하며 시책을 구상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나 시장은 2020년 총선에도 출마했다. 중앙정치에 뜻은 없었으나 당의 강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와 새벽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또다시 낙선했다. 이때도 나 시장은 통도사에서 108배를 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나 시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통도사를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와 경관이 빼어난 주변을 살려 지역 경제 활성화의 교두보로 삼자는 게 목표다.

이틀에 한번 아내와 ‘통도사’서 새벽기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자락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통도사 전경. [사진 양산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자락에 위치한 세계문화유산 통도사 전경. [사진 양산시]

통도사는 국내 삼보사찰 중 하나로, 불교 문화의 성지(聖地)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보조국사 이래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 송광사와 함께 진신사리(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중 한 곳이 바로 통도사다. 진신사리가 있다 보니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도 없다. 통도사(通道寺) 이름도 부처가 직접 설법했다고 하는 인도의 영축산과 통한다고 해 붙여졌다. 템플스테이, 암자순례길 등 ‘힐링 관광’으로도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매해 200만~300만 명이 찾았다. 지금도 한 해 40만 명가량 방문한다.

나 시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통도사와 하북면 신평 시가지 관광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통도사 19암자 순례길 투어를 통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체험, 신평지구 상생 이음길 등 특화 거리 조성, 오감힐링센터 건립 등을 추진한다. 예상 사업비는 220억원이다.

이에 앞서 양산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하북면 평산마을와 통도사 산문 주차장을 잇는 ‘통도사 둘레길(2.2㎞) 조성 사업’도 추진해왔다. 나 시장은 “대통령이 퇴임 후 양산시민이 됐다. 그로 인해 양산시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았으면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둘레길 사업은 부지의 90%가량을 소유한 통도사 측과 토지사용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어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와 관련, 나 시장은 “사찰 측과 직접 만나서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산읍장 부친 이어 공직…‘읍장아들’ 불려

나 시장은 부친에 이어 2대째 공직에 몸담고 있다. 부친 나진관(2021년 작고)씨는 1979년 5월부터 1983년 4월까지 초대 양산읍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나 시장은 2002년 양산시의원에 출마했을 때 ‘나 읍장 아들’이라 불렸다. 동국대 무역학과를 나온 그는 한독이엔지 회장으로 일하다 정치를 시작했다.

나 시장의 자서전인 『기러기의 여정』에는 1980년대 초 군사정권 시절, 일선 읍장에 불과했던 아버지가 정부 시책에 반대했던 일화가 나온다. 당시 중앙정부 지침으로 양산 화장장 건설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나 시장의 아버지도 주민 편에서 사직서까지 던지며 화장장 건립에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화장장 건립은 무산됐다.

나 시장에게 공직자였던 부친은 스승과 같다. 그는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만약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한다고 한다. 행정 편의주의에 입각한 일 처리는 아닌지, 압력에 굴복해 합리성을 잃은 정책은 아닌지 스스로 묻곤 한다. 나 시장은 “아버지의 소신·강단 본받아 시민 편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시장이 일하던 지난 4년 동안 양산 성장 동력이 멈췄다”며 “취임 초 약 100일의 시간이 양산시정에 ‘골든타임’이란 생각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그는 30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크고 작은 지역 행사는 물론, 공약 사업 실천을 위해 중앙부처·국회·대통령실까지 자주 오갔다. 시장 비서실에선 “30대 수행비서도 버겁다고 말할 정도의 ‘아이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한 노력 끝에 이룬 결실 중 하나가 지난달 6일 협약한 ‘낙동강 협의체’다. 경남 양산·김해, 부산 북구·강서·사상·사하 등 낙동강을 낀 6개 지자체가 협력해 생태탐방선 운영, 수상 레저 등 낙동강 관광 자원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낙동강 관련 현안을 협의하고, 낙동강을 거점으로 한 공동문제 해결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는 나 시장이 제안, 다른 지자체장 참여를 끌어냈다.

나 시장은 “중앙정부는 물론 주변 지자체 협력을 끌어내는 전략적 행정으로 경남 최고 지자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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