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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로 코로나 완화' 희망회로에…글로벌 금융시장 일희일비

중앙일보

입력

출처 없는 중국발(發) 소문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희일비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방역 체계를 의미하는 ‘제로 코로나’ 완화 소식에 전 세계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들썩이다가, 중국 당국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식 부인하자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중국 당국도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다. 수출 증가율이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신호가 나타나면서 방역 완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확진자는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냐 방역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3월 열리는 중국 양회(兩會)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6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배럴당 92달러대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90.69달러로 내려왔다. 1월물 영국 북해 브렌트유도 배럴당 98달러대까지 올랐다가 이날 97달러대로 소폭 하락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국제 유가가 하락으로 방향을 튼 건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등 국무원 합동 방역 관리부처가 지난 5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방어하고 내부 확산을 통제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직후다. '제로 코로나' 기대감이 사라진 탓이다. 블룸버그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를 약속한 뒤 유가가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제로 코로나 기대감에 급변하는 금융시장

이달 초 전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소식에 술렁였다. 뚜렷한 출처는 없지만 중국 관영 언론의 논조 변화나 전직 고위 관계자들의 외부 발언에 기인한 소문이었다. 유가와 주요 증시도 즉각 반등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는 전날보다 1.26%, 나스닥과 S&P500 지수도 각각 1.28%와 1.36% 상승 마감했다. 지난 4일 기준 중국 상하이 지수는 전주(10월28일)보다 5.3% 상승했고, 항셍 지수는 15.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역외 위안화가치도 2.2% 상승한 달러당 7.18위안을 기록했다.

소문에 달뜬 시장의 반응에 당황한 중국 당국은 서둘러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미펑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전염병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고 위험하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 기준 중국 상하이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2%와 2.8%의 상승률을 보이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은 기색이다.

지난 1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한 봉쇄 단지에서 방역 요원이 주민들의 핵산 검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한 봉쇄 단지에서 방역 요원이 주민들의 핵산 검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로 코로나 정책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세계금융시장에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뉴질랜드 은행의 제이슨 웡 통화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하락세는) 시장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종식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말해준다”며 “시장은 ‘연기가 나는 곳에 불이 있다’는 생각으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완화를 믿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진적 완화는 불가피”…관건은 내년 양회  

중국 당국의 부인에도 전문가들은 내부적으로 제로 코로나 완화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규제 완화 기대가 현실화하지 못했지만, 정책당국 내부에서 방역 규제 완화에 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만큼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한다"며 "의미 있는 리오프닝까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점진적인 규제 완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3일 차기 총리에 내정된 리창 현 상하이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23일 차기 총리에 내정된 리창 현 상하이 서기가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제로 코로나 정책을 본격적으로 완화할 시점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양회가 유력하다. 양회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일컫는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다. 이 자리에서 최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최고 지도부로 올라선 리창(李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차기 총리로 공식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시기에 맞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최 연구원은 “날로 악화하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장기간의 대규모 코로나 방역 지출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동절기보다 코로나 확산 통제에 유리한 만큼 양회쯤 완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중국 수출 실적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수출 규모는 2983억 7000만 달러(약 41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중국의 코로나 확산 세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하루 동안 전국 31개 성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총 543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하이 봉쇄 기간이었던 5월 3일(5498명) 이후 반년 만에 최고치다. 때문에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 섣불리 제로 코로나 카드를 버리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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