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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 뉴욕주서 공화당 선전…그 뒤엔 에스티로더 창업주 아들

중앙일보

입력

에스티 로더 창업주의 아들 로널드 로더. 사진 트위터

에스티 로더 창업주의 아들 로널드 로더. 사진 트위터

 뉴욕에서 28년 만에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나올까. 8일(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선 뉴욕주지사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주에서 공화당의 리 젤딘 후보가 민주당의 캐시 호컬 주지사와 접전 중이라는 일부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다.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헤리스 부통령 같은 거물을 투입한 것도 모자라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뉴욕을 방문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를 두고 뉴욕시에서 범죄 문제가 급증하면서 민주당 심판론이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뉴욕타임스(NYT)는 그 배후로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 중 한 명’인 화장품 업계의 거물 로널드 로더(78)를 지목했다. NYT는 6일 ‘뉴욕의 억만장자 정치 파괴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젤딘 후보 후원금으로 최소 1100만 달러(약 154억 3000만원)를 지출한 그에 대해 “공화당을 위해 혼자 힘으로 운동장을 (반대로) 기울였다”고 했다.

정부 감시단체 리인벤트 올버니에 따르면, 로더는 지난 8~10월 젤딘 후보가 쓴 선거 자금의 절반을 사실상 부담했다. 이 단체의 존 케니 사무총장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호컬 주지사 측은 로더가 반대하는 해상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막고, 자신이 원하는 상속세 폐지를 이끌어내려는 속셈이라고 보고 있다. 로더가 뉴욕에서 공화당의 잠재력을 보고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공화당 후보에 154억 기부 속내는 

2020년 1월 27일 로널드 로더 세계유대인회의(WJC) 의장이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2020년 1월 27일 로널드 로더 세계유대인회의(WJC) 의장이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그러나 로더가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목표는 단순했다. “뉴욕을 범죄에서 안전한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것은 내가 항상 믿어왔던 하나의 문제에 관한 것”이라며 “나는 공화당과 민주당, 두 개의 정당을 원한다. 정당이 하나뿐이라면, 상황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더는 글로벌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 창업자 에스티 로더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뉴욕 토박이다. 에스티로더 명예회장 레너드 로더(89)가 그의 형이다. 로더는 브롱스 과학고등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거쳐 64년 에스티로더에 입사해 83년 이사회 의장이 됐다. 84년 미 국방부 부차관보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86년 주오스트리아 미국 대사를 지낸 뒤 89년 뉴욕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루디 줄리아니에게 패했다.

그는 2007년 세계유대인회의(WJC) 의장으로 선출돼 반유대주의에도 적극적으로 맞섰고, 알츠하이머 약물재단을 설립하거나 멸종 위기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 세계기념물기금(WMF) 명예이사를 맡는 등 다양한 자선 봉사 활동을 펼쳤다. 공화당에도 오래전부터 기부해왔다. 2016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지지단체에 160만 달러 넘게 기부했고 2020년엔 뉴욕 형사 사법개혁 반대 캠페인에 17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미술 애호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2001년 뉴욕 맨해튼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들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노이에 갤러리’를 설립했고, 2006년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7년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Ⅰ’을 당시 회화 부분 최고 거래가인 1억3500만 달러에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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