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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카오, 성장엔진 멈췄나...먹거리 없는 미래는 안갯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 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우상조 기자

카카오 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성장엔진이 멈춘 걸까. 한동안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카카오의 분기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 성장세도 꺾였다.

무슨 일이야

3일 카카오는 3분기 매출 1조8587억원, 영업이익 15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7% 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 줄었다. 증권가 추정치도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카카오의 3분기 연결 실적 컨센서스(매출 1조9029억원, 영업이익 1790억원)에 비해 실제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6% 수준이었다.

이날 실적발표후 컨퍼런스콜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4500만명이 쓰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건, 하나의 기업이 짊어지기 어려운 무게인 동시에 흔들리지 않는 카카오의 펀더멘털”이라며 “카카오톡의 순기능을 더 확장하게 되면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매출도, 영업이익도 여전히 늘고는 있다. 그러나 카카오를 둘러싼 시장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카카오 실적을 책임지던 광고·커머스의 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 하기 때문.

① 느려진 성장: 카카오톡을 통해 번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원에 육박, 98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27% 늘었다. 그중에서도 카톡 광고·커머스를 통칭하는 톡비즈 매출(4674억원)이 성장을 견인했다. 브랜드·사업자용 카톡 서비스인 톡채널 매출이 확대된 덕. 반면 광고판 사업인 비즈보드는 광고 시장의 성장 둔화로, 전년동기 대비 4% 성장에 그쳤다.

문제는 앞으로다. 카카오는 대형 광고주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경기 침체로 이들 기업이 광고 예산을 축소하자 카카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홍은택 대표는 “카카오는 상위 1%의 광고주가 매출의 70%를 견인하는 구조라 (사업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② 게임 너마저: 게임 사업도 성적이 부진했다. 3분기 콘텐트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 감소한 8718억원. 만화·웹소설 등 스토리, 뮤직, 미디어 등 사업은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고루 증가했지만, 게임 매출은 36% 급감했다. 매출 기대주로 꼽힌 게임들의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 카카오게임즈 대표작인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안정세에 접어 들면서 매출 상승폭이 제한적이고, 우마무스메는 운영 부실 논란 이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③ 미래 먹거리 있나: 카카오는 영업이익 성장세가 둔화된 이유로 주요 공동체의 이익 감소,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뉴 이니셔티브(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브레인·카카오헬스케어)’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열매 수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 카카오는 카톡의 진화를 통해서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반기 카톡 개편 작업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오픈채팅 서비스를 출시한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 여파로, 서비스 개편 등 관련 일정은 최소 1개월 이상 지연될 예정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떨어진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21% 떨어진 5만100원을 기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광고 말고 마케팅 넘보는 카카오

광고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건, 해외도 마찬가지. 광고 매출 비중이 큰 글로벌 빅테크 실적도 저조하다. 메타(페이스북 운영사)는 올해 3분기 순이익으로 43억9500만달러(약 6조24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2억달러) 대비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산하 유튜브의 3분기 광고 수익도 70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전년동기(72억100만달러) 대비 2% 줄어든 것으로, 유튜브 광고 수익이 감소한 건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는 광고 혹한기에 대응할 돌파구로 톡채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업자들이 고객 대상 마케팅에 해당하는 할인·마일리지·쿠폰 등을 카톡으로 보내면, 광고 대신 마케팅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친구 1000명 이상의 톡채널은 5만7000개, 친구 1000명 이하 톡채널은 160만개다. 카카오는 톡채널 이용 대상을 소상공인이나 중소 광고주로 넓히면, 대형 광고주에 대한 의존도가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홍은택 대표는 “내년까지 1000명 이상 친구 수를 가진 톡채널을 30만개로 늘리고, 50만개까지 확보하면 경기 침체에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톡스토어에 입점한 7만개 판매사들이 톡채널 마케팅을 활용하도록 메시지 발송 도구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 전체 톡스토어 판매사 중 4%(3000여 개) 정도만 톡채널을 마케팅 창구로 쓰고 있다. 성장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앞으로는

카카오가 해야 할 일은 태산이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후 ‘글로벌’과 ‘상생’을 숙제로 안은 데다, 찾겠다던 미래 먹거리도 아직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시급한 과제는 총 127시간30분으로 기록된 먹통 사태 뒷수습이다. 당장 투자자들은 피해 보상 규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보상하느냐에 따라 카카오의 4분기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홍은택 대표는 “현재까지 파악한 매출 손실과 직접 보상에 따른 단기적 재무 영향은 400억원이지만, 아직 지원책이 확정되지 않아 확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무적 영향은 단기적이고 일회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오는 6일까지 유·무료 이용자 피해를 접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