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골목 3.2m인데…"폭 6m 도로서 800명만 오가도 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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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현장은 좁은 골목길이다. 폭 3.2~5m, 길이는 50m가량이다. 그런 곳에 셀 수 없는 인파가 양방향으로 몰렸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조사 중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방통행’으로만 통제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실제 800명 정도만 양방향 통행해도 압사 위험이 커진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31일 박준영 금오공과대 기계설계공학과 연구팀이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던 보고서에 따르면 골목에 일정 규모 이상 사람이 양방향 통행을 하면 질서를 잡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서 박 교수는 입자유동(粒子流動) 관점에서 보행자 움직임을 해석했다. 사람을 입자로 가정해 제한된 공간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흐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그는 길이 20m, 폭 6m의 직선 통로에서 양방향 통행을 한다고 가정하고, 임의로 배치한 입자(사람)를 점차 늘려가며 시뮬레이션했다. 500명까지는 처음에 혼잡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일종의 ‘줄’이 생기며 질서가 생겼다.

하지만 800명부턴 심각해진다. 오가는 사람들이 계속 부딪힌다. 이럴 경우 입자가 곳곳에서 색이 짙어지는데(영상 참조) 이는 기준 압력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으로 치면 선 채로 압사할 수도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태원 참사현장은 박 교수가 설정한 것보다 폭이 좁다. 사고 당시 현장에 몇 명이 운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800명을 훨씬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동선이 일절 통제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양방향 통행은 (좁은) 골목 폭이 더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며 “(옴짝달싹 못 하는) 정체가 심해졌을 것이고 (어떤 원인에 의해 처음 누군가 넘어졌고) 결국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민규 기자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민규 기자

사람이 운집했을 때 양방향 통행 위험성은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1년 일본 효고(兵庫)현 아카시(明石) 해협에서 발생한 불꽃놀이 행사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인파는 불꽃놀이를 보려 인도교에 몰렸다. 기차역과 해변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불꽃놀이 막바지 미리 인도교를 빠져나가려는 인파가 기차역과 해변 방향으로 서로 가면서 뒤엉켰다. 결국 11명이 숨졌다.

다중이 모이는 행사에서 적절한 동선 통제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 홍콩 경찰은 핼러윈을 맞아 30일과 31일 란콰이펑 골목에서 일방통행을 했다. 경찰은 “나선형 계단이 많아 인파가 지나치게 많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 “양쪽 출입구에서 들어가는 사람 규모를 관리하면서, 일방통행으로 흐름을 만들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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