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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ㆍ기생충ㆍ오징어 게임…K-스토리텔링은 퀀텀 점프 중[BOOK]

중앙일보

입력

『K-스토리텔링』책표지

『K-스토리텔링』책표지

K-스토리텔링1~3
권도경 외 지음
서성은 엮음
컴북스캠퍼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들은 각기 분야는 다르지만 해외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면서 K콘텐트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을 엮은 서성은 국립한경대 교수는 이를 “계단을 뛰어오르듯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퀀텀 점프에 비유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1976년 김치를 시작으로 45년간 20개 한국어가 등재된 반면, 지난 한 해만 치맥ㆍ대박 등 26개가 추가됐다.

서 교수가 2001년 국내 첫 ‘스토리텔링’ 관련 논문이 나온 이후 발표된 수백 편의 논문을 검토해 총 35편을 추려낸 것도 그 때문이다. 홍콩 누아르나 일본 망가처럼 한 때의 영광에 그치지 않고 K-스토리텔링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김봉현 동국대 교수, 박기수 한양대 교수 등 학자는 물론 박성호 MBC 보도국장, 김유나 버추얼휴먼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37명이 참여했다.

엮은이는 K-스토리텔링의 특성을 “장르를 표방하되 장르의 빈틈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고 요약하며 ‘노티(Knotty)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캐릭터와 울퉁불퉁하게 뒤틀린 플롯에서 착안했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물론 넷플릭스에서 반향을 일으킨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주인공에게 통쾌한 역전승을 안기며 장르 문법을 지키는 대신 장르 실망을 통해 불편하게 하고 멈춰서 생각하게 하는 특징을 지닌다.

1권은 스토리텔링 개념과 방법론, 2권과 3권은 미디어별 스토리텔링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다. 세 권 전체 분량만 1700쪽에 달하는 만큼 읽기가 쉽진 않다. 그럼에도 20여 년간 축적된 연구는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흘러간다. 일상성이 도드라지는 웹툰ㆍ웹소설부터 트랜스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는 아이돌 콘텐트까지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펼쳐지는 만큼 관심 분야만 발췌해서 읽는 것도 가능하다. 각자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실마리를 찾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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