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빅테크 시총 1년새 4000조 증발…메타 '20위권 밖' 굴욕

중앙일보

입력

마크 저커버그.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AFP=연합뉴스]

한때 1조 달러를 넘어섰던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시가총액(시총)이 1년 만에 4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메타를 포함한 7대 미국 주요 빅테크 시총도 1년 사이에 4000조원이 사라졌다. 주요 사업의 실적 악화가 일차적 원인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신호의 영향도 크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메타와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테슬라, 넷플릭스, 애플 등 7대 기술주를 합산한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7조694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7일(10조7358억 달러)보다 3조415억 달러 줄어든 수치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4328조원에 달하는 시총이 1년 만에 증발한 셈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부적으로 알파벳 시총은 지난해보다 6980억 달러 줄어들면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뒤이어 MS(6928억 달러), 메타(5882억 달러), 아마존(5406억 달러), 테슬라(3270억 달러), 넷플릭스(1602억 달러) 순으로 이어졌다. 애플은 뉴욕 증시 시총 1위 기업임에도 감소액이 347억 달러에 그쳤다.

20위권에서 쫓겨난 메타…전망도 부정적

빅테크 중에서도 심상치 않은 것은 메타의 폭락세다. 메타는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24.6% 폭락하면서 주당 97.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메타 주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6년 2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메타 주가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온 직후인 지난 2월 3일에도 26.4% 폭락했다.

메타의 올해 3분기 순이익(44억 달러)은 지난해 3분기 순이익(92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타버스 사업을 포함하는 리얼리티 랩 부문의 손실은 3분기까지 94억 달러로 늘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 "결국 효과가 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며 더 큰 수익을 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앞으로도 손실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0.9% 떨어졌고, 1조 달러를 넘었던 시총도 이날 기준 2632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뉴욕 증시에서 메타의 시총 순위는 20위권에서 밀려나 21위로 떨어졌다.

메타 뿐만이 아니라 아마존(-4.1%)과 애플(-3.1%), 인텔(-3.5%), 알파벳A(-2.9%), MS(-2.0%) 등도 이날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7대 기술주 가운데 테슬라 주가만 0.5% 상승했지만, 최근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비대면 특수’를 등에 업고 고공 상승하던 빅테크 기업이 맥을 못 추는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빅테크들의 실적이 낮아진 기대치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 업체의 주가가 단기간의 큰 폭 조정을 받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 역시 Fed의 긴축 등 매크로발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 신호탄’ 장단기 금리 역전까지

경기 침체의 신호도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3개월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앞서기까지 했다. 2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3개월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060%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인 3.917%를 크게 앞서고 있다. 2년 만기 금리도 4.268%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같은 국채라도 투자 기간이 길수록 위험에 대한 보상인 이자가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선 미래의 불안정성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앞으로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크 카바나 금리전략가는 뉴욕타임스(NYT)에 “(금리가) 경제가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제약적인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이 있다”며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