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원장과 충돌? 건강 탓?…尹과 '형제의 연' 조상준 사의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자, 국가정보원의 2인자인 조상준 기조실장이 면직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브리핑에서 “어제 조 실장이 대통령실의 유관 비서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대통령실은 임면권자인 윤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고, 국정원장에게 사의 표명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의 표명을 수용함에 따라 국정원장은 이를 받아들이고, 인사처에 면직 제청을 했다”며 “어제 저녁 이를 재가했고, 면직 날짜는 오늘”이라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신상의 이유로, 개인적 사유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밝혀드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4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 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4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 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규현 국정원장도 “어제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조 실장 사의 관련)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다”고 말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사의 표명 배경과 관련해 유 의원은 “일신상의 사유로 파악이 될 뿐, 구체적인 면직 이유에 대해서는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김 원장도 왜 조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는지를 정확히 모른다는 취지다.

이날 지라시(정보지) 등을 통해 조 실장 면직 이유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확산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이와관련, 대통령실은 일단 건강 문제에 따른 사의 표명 쪽에 방점을 찍어 설명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몸에서 뭔가가 발견됐는데, 급격히 악화돼 지금 입원해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관측이 무성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조 실장은 윤 대통령과는 ‘형제의 연’을 맺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2006년 론스타 수사를 함께 하며 인연을 맺었고, 윤 대통령이 검찰 총장일 때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으로 보좌했다. 윤 대통령이 올 6월 예산과 조직을 총괄하는 국정원 기조실장에 앉힌 뒤에는 국정원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최측근이 일신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물러난 데엔 무언가 ‘사연’에 있을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퍼졌다.

그 중 하나가 김규현 원장과의 갈등설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과 조 실장 사이에 갈등이 생긴 지는 꽤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김 원장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조 실장의 면직을 김 원장은 대통령실에서 전해들었다. 차관급 정무직인 국정원 기조실장의 임면권자가 윤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조직의 수장과 한 마디 상의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김 원장-조 실장 간 불화설은 '원장 패싱 논란'으로 더 크게 확산됐다.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이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김수연 2차장. 국회사진기자단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이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김수연 2차장.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국정원 내부 인사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커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조 실장이 김 원장과 조율을 안 거치고 일부 인사를 임명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잖아도 국정원 내부에서 원장의 위상은 상상 그 이상인데, 그립이 세고 성격이 강한 김 원장의 스타일상 이를 그대로 두고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상 피해를 당했던 인사들이나, 새 정부 출범 뒤 김 원장이 정리하고자 했던 국정원 내 일부 인사들의 인사 문제를 놓고 두 사람이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도 나왔다.

이밖에 조 실장 등 검사 출신들과 국정원 내부 출신 인사들의 반목 과정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잡음들이 결국 조 실장의 사의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이 조 실장을 사실상 경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사의를 밝힌 것이 진실이며,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경질할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야당에선 "면직 이유와 관련된 불투명한 설명이 또다시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임 기조실장에 김남우 전 차장검사 유력 

조 실장 후임 기조실장으로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하다.이명박 정부 청와대 파견검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을 거친 김 전 차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인 2020년 여름 정기인사 직후 검찰을 떠났고, 그해 10월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해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에 사의를 표한 뒤 이르면 27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