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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사업 떼어 내라” 싱가포르 기반 사모펀드, KT&G에 주주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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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26일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KT&G에 보낸 5대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사진 FCP 홈페이지 캡처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26일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KT&G에 보낸 5대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사진 FCP 홈페이지 캡처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가 KT&G에게 “인삼 사업을 분리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주주 제안을 보냈다. 지난 2006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주식 매집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았던 KT&G가 또다시 사모펀드의 공격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KT&G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에 보낸 5대 주주 제안을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FCP는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지사 대표가 2020년 만든 사모펀드로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으나 주요 투자자는 국내외 기관과 투자자들이다. 현재 KT&G의 1%대 지분을 갖고 있다.

FCP는 KT&G 측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인적 분할 후 분리 상장 ▶비핵심 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이상현 FCP 대표가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백복인 KT&G 사장 등 경영진과 수 차례 면담했으나 구체적 응답을 못 받아 일반 주주들과 의견을 나누고자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FCP는 전 세계적으로 전자담배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릴’의 글로벌 유통을 경쟁사(필립모리스)에 위탁하지 말고, 독자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삼공사 분리에 대해서는  “담배회사 임원이 인삼공사 대표이사로 부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인삼공사의 분리 상장 시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과 전체 시장 점유율.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과 전체 시장 점유율.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또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면 6조원 이상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재보다 3배 이상 주주 환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주 시각을 대변하는 검증된 사외이사 영입과 경영진 스톡옵션 도입도 제안했다.

이상현 대표는 “코스피 30위권 회사 KT&G의 시총(약 12조원)이 현금 및 자회사 가치에도 못 미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며 “KT&G가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거버넌스를 정비해 세계 5대 담배회사에 걸맞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주가는 2배, 5배까지 오를 수 있다”며 “다른 주주들과 권리행사 등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FCP 측은 이미 다수의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과 직접 만나며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FCP 관계자는 “장기 투자자 주주들이 거버넌스 개선이 주축인 5대 제안에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란 반응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KT&G는 2006년 미국의 억만장자 칼 아이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칼 아이칸 연합은 KT&G 지분을 6.6% 확보하며 2대 주주로 등극했다가 15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리고 KT&G에서 손을 뗐다.

업계에선 칼 아이칸이 경영권 인수를 걸고 시세 차익을 노렸던 것과 달리 FCP는 경영진에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것이어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KT&G 측은 이날 “주주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견 제시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이 주주 의견에 대해서도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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