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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5년 만에 점유율 15%…뜨거워지는 ‘전자담배’ 3파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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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사는 손민욱(41)씨는 하루에 담배 반갑(10개비)을 피우는 애연가다. 직장 입사 후 10년 넘게 담배를 피우다가 2년 전 전자담배로 바꿨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흡연 뒤 마스크를 써보니 냄새가 너무 나더라”며 “연초보다 타격감(목으로 연기가 들어올 때 까끌한 느낌)은 약하지만 남에게 냄새도 덜 풍기고 건강에도 덜 나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초 자리 빼앗는 전자담배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의 입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요 담배 기업들이 ‘탈(脫) 연초’를 선언하면서 머지않아 전자담배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담뱃잎)를 종이로 말아 만든 궐련담배는 19세기 말부터 대량 생산돼 세계에 퍼졌다. 한국엔 1904년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BAT)의 전신인 영미연초주식회사가 진출했고, 이후 110년 넘게 궐련담배는 담배시장을 장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2017년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출시하면서 궐련담배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코로나19를 계기로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전자담배는 크게 용기에 니코틴 용액을 넣은 ‘액상형’과 담배 모양의 스틱을 기기에 꽂은 ‘궐련형’으로 나뉜다. 이 중 액상형은 2019년 정부가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면서 사실상 판매 중단됐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든 스틱을 열로 쪄서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라, 기존 담배와 풍미가 비슷하고 냄새도 덜 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담배 시장에서 2.2%에 불과했던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은 지난해 12.4%로 6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업계에선 올해 이 비중이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재택근무 확대 등에 따라 담뱃재가 없고 냄새가 덜 나는 궐련형 전자담배 선호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8년 안에 말보로 사라진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질 전망이다. 20~40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기호를 즐기면서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건강도 챙기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담배든 금연보다는 건강에 좋지 않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가열해서 나오는 증기 안에 니코틴 등이 들어있어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담배를 태울 때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일산화탄소 등 유해 산화물이 배출되는데,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소과정이 없어 덜 해롭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5월31일 서울 청계광장 입구 바닥에 금연 표시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세계 금연의 날인 지난 5월31일 서울 청계광장 입구 바닥에 금연 표시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담배업계는 이런 ‘위해 저감(Harm Reduction)’ 연구 결과를 내세우며 연소담배(궐련담배)에서 비연소담배(전자담배)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전통적 흡연을 중단시키는 계획에 따라 10년 안에 ‘말보로’를 영국 판매대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며 연초형 담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던힐’로 유명한 BAT 역시 “2030년까지 세계 5000만 명의 일반담배 흡연자를 비연소제품 소비자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는 담배업체로는 이례적으로 2018년 3월부터 1년 동안 영국 흡연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전자담배 위해성 수치를 임상 연구했다.
그 결과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를 핀 집단이 일반담배를 끊은 집단과 비슷한 수준의 독성물질 노출 정도를 보였고, 흡연 관련 질병을 암시하는 염증성 지표(백혈구 수치)와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 산화 스트레스 지표 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6개월치 연구결과로 BAT는 조만간 12개월 최종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성비, 위해 저감 마케팅 ‘후끈’ 

한국은 전자담배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일본과 더불어 저타르·저니코틴 선호도가 높아 일반담배보다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낮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은 올 1분기 현재 33%까지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한국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2025년 2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1위는 토종기업 KT&G(45%)다. 원조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꺾은 KT&G는 최근 ‘릴 하이브리드 이지’를 기존보다 3만원 내린 5만8000원에 내놓으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점유율 2위 한국필립모리스(43%)는 붉은색의 한정판을 포함한 ‘아이코스3 듀오’를 출시하고 맞불을 놨다. 가격도 5만9000원으로 낮추고 올 하반기엔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도 선보일 예정이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이지(lil HYBRID Ez)'. 회사가 2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사진 KT&G]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 이지(lil HYBRID Ez)'. 회사가 2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사진 KT&G]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프로 슬림(glo™ pro slim)'. [사진 BAT]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프로 슬림(glo™ pro slim)'. [사진 BAT]

BAT의 한국지사인 BAT로스만스는 지난 18일부터 ‘글로 프로 슬림’을 첫 구매 고객에게 9900원에 판매하는 파격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기존 멤버십 고객은 40% 할인된 2만9000원에 살 수 있게 하고, 여름철을 맞아 초록과 오렌지 색상의 한정판 기기도 출시했다.

국내 담배업체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도입 5년이 되는 올해는 소비자 사용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각종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나오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업체들도 고객 취향을 고려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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