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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배우기도 전에 익사"…황제펭귄 멸종 리스트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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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가족의 모습. 황제펭귄은 전 세계 펭귄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Kevin Schafer/Earth Justice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가족의 모습. 황제펭귄은 전 세계 펭귄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Kevin Schafer/Earth Justice

전 세계 펭귄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황제펭귄이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으면서 미국 정부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랐다.

미국 어류야생국은 25일(현지시각) “남극의 날지 못하는 조류인 황제펭귄이 해빙의 손실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멸종위기종법(ESA)에 따라 황제펭귄을 멸종위기종 목록에 추가해 보호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ESA 목록에 등재되면 미 정부로부터 강력한 보호 조치를 받게 된다. 어류야생국은 앞서 기후 위기의 위협으로 인해 북극곰, 산호 등을 멸종위기 리스트에 포함했다.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은 현존하는 모든 펭귄 종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무겁다. 115㎝까지 키가 클 수 있고, 몸무게도 최대 40㎏에 이른다. 암컷은 번식기에 한 개의 알을 낳는데, 수컷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두 달 동안 알을 품고 암컷은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다로 간다.

해빙 붕괴로 새끼 펭귄 만 마리 익사 

남극의 황제펭귄 군락. AP=연합뉴스

남극의 황제펭귄 군락. AP=연합뉴스

남극의 해빙은 황제펭귄이 번식하고, 먹이를 찾기 위해 필수적인 서식지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해빙 면적이 빠르게 줄면서 황제펭귄들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또, 해양 산성화로 인해 황제펭귄의 주요 식량원인 크릴새우의 공급도 줄고 있다.

2016년에는 남극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군락인 핼리베이에서 해빙이 일찍 깨지면서 만 마리 이상의 새끼 펭귄들이 죽기도 했다. 새끼들이 자라서 방수 깃털을 갖추는 등 수영할 준비가 되기도 전에 해빙이 사라지면서 익사한 것이다. 해당 서식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남극의 해안선을 따라 약 61개의 황제펭귄 번식 집단이 있다. 개체 수는 27만~28만 쌍 또는 62만 5000~65만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어류야생국은“황제펭귄의 개체 수가 현재는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류야생국에 따르면, 2050년까지 황제펭귄의 개체 수는 저탄소 배출과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각각 26%와 47%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양, 서태평양, 아문센해 일대 황제펭귄 군락은 해빙이 녹으면서 9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사 윌리엄스 어류야생국 국장은 “기후 변화는 전 세계의 종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황제펭귄의 멸종위기종 명단 등재는 경종을 울릴 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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