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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세 취업자 줄었는데 고용률↑…인구감소 역풍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한 대학 취업게시판 모습. 뉴스1

경기도 한 대학 취업게시판 모습. 뉴스1

서울 강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손모(45)씨는 구인난을 겪는 중이다. 젊은층이 주로 찾는 식당이라 홀 서빙을 할 20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는데 올해 1명도 새로 뽑지 못했다. 지원 자체가 없어서다. “시급을 1만5000원까지 올리고 상시 구인 공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주방은 대부분 외국인에게 맡기고 서빙은 같이 일한지 2~5년 된 기존 직원이 하고 있다”며 “4~5년 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대학생이 꽤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주변 식당이고, 미용실이고 뽑을 젊은 사람이 없어 큰일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20대 일할 사람이 줄고 있다. 고용 통계에도 과거 통념을 뒤집는 변화가 생겼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를 보면 지난달 20~24세 취업자 수는 125만4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500명 줄었다. 그런데 고용률은 이 기간 45.1%에서 46.5%로 1.4%포인트 오히려 올랐다.

고용률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한다. 취업자가 줄 때 고용률도 따라내려가는 건 그동안 당연한 공식이었다. 그런데 20대 초반 취업 통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줄었는데 고용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났다. 고용률을 계산할 때 바탕이 되는 20대 초반 인구 자체가 워낙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누적된 저출생 여파다.

지난달 20대 인구는 269만7000명으로 지난해와 견줘 10만3000명 급감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전체를 통틀어 28만3000명이 줄었는데 이 중 40% 가까이가 20대 초반이었다. ‘20대 일자리가 없다’란 말보다 ‘일할 20대가 없다’는 말에 걸맞는 상황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20대 초반 취업자와 고용률 통계가 서로 엇박자가 난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5~29세 인구도 줄었지만(-5만5000명) 20대 초반 만큼은 아니다. 30대도 마찬가지다. 이들 연령대에선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존 공식이 아직 통한다. 하지만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한 인구 절벽 충격이 다른 연령대로 번지는 건 시간 문제다. ‘벚꽃 엔딩(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음)’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심했던 대학 신입생 감소 현상이 고용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청년 취업난 해소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 품귀 현상은 오히려 심해지는 추세다. 경기 불안에 신규 채용을 꺼리고 경력 위주로 뽑는 경향이 자리 잡으면서 젊은층이 설 자리는 더 없어졌다.

청년층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줄면서 이들 연령대 실업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0~24세 실업률은 6.4%, 25~29세는 6.1%로 나란히 6% 선을 넘겼다. 전체 실업률 평균 2.4%의 2배가 넘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 실업률이 10%를 웃돌던 2021년과 지난해 초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젊은층 사이 실업난은 여전하단 의미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간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취업까지 소요되는 평균 기간이 10.8개월로 전년 대비 0.7개월 늘었다. 졸업 후 첫 취업까지 3년 이상 걸렸다는 청년층 비율도 8.9%나 됐다. 1년 전보다 비율이 0.7%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층 수요와 일자리 공급 ‘미스매치’로 체감 실업난은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제는 또 있다. 저출생과 맞물린 고용시장 고령화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로 20대 취업자는 빠르게 줄고 있는 반면 연금 등 노후 생계 자금 부족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60대 이상 인구는 크게 늘고 있다”며 “출산율이 반등하면 나아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KOSIS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전체 취업자 중 60대 이상 비중은 21.6%로 동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대(13.4%)를 한참 웃돌았을 뿐 아니라 계속 격차를 벌려 나가는 중이다.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20대 취업자 비율은 14.1%로 60대 이상(13%)보다 높았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좋은 일자리가 몰려있는 제조업 고용 증가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 대안으로 청년층 눈높이에 맞게 사회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업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처음 어떤 직장을 잡느냐에 따라 생애 소득이 달라지는 한국 고용시장의 경직성을 고려하면 청년층에게 무턱대고 ‘눈높이를 낮춰라’ 요구할 수도 없다. 정 교수는 “현재 정부의 고용지원기관과 정책은 안 맞는 옷에 청년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청년 개인별로 능력과 욕구에 맞춰 취업을 연결해주는 방향으로 대대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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