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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기, 세부 착륙 중 활주로 이탈…승객들 비상 탈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3일 밤 필리핀 막탄 세부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발생한 사고로 대한항공 여객기의 동체가 크게 파손됐다. 비행기엔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공항을 폐쇄할 정도로 사고 여파가 컸다.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KE631편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당초 세부공항에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으로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1시 7분 도착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착륙을 시도했지만, 폭우로 착륙에 성공하지 못했다. 세 차례 시도 만에 착륙에 성공했으나 활주로를 300m가량 지나쳐 정지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이코노미석 비상 탈출구를 통해 슬라이드(미끄럼틀)를 타고 비상 탈출했다.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막탄 세부국제공항에 전날 착륙 중 활주로 이탈 사고로 동체가 파손된 대한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막탄 세부국제공항에 전날 착륙 중 활주로 이탈 사고로 동체가 파손된 대한항공 여객기가 멈춰서 있다. [AFP=연합뉴스]

사고 항공기에 탔던 대학원생 김모(31)씨는 24일 연합뉴스에 “비행기가 부드럽게 착지하는 듯하자 처음엔 승객들이 손뼉 치며 안도했다. 하지만 기체가 돌연 굉음을 내며 지면에 강하게 부딪쳤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씨는 “비행기 전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그야말로 재난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사고 발생 후 우기홍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우 사장은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상황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현지 항공·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조기에 상황이 수습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 등이 참석한 대책 회의를 열고 수습 방안을 마련했다. 세부 현지 3개 호텔로 승객을 이송하고 공항이 열리는 대로 대체 항공기를 보낼 계획이다.

필리핀 사고를 두고 브레이크 결함과 기상 악화 등 다양한 추정이 나오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사고 당시 세부공항 주변에선 가옥이 물에 잠길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세부공항에 머물던 한국인 관광객은 “비행기가 뜰 수 있나 의심이 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관 3명과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2명을 현지로 보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에 비상 착륙했다. 지난 9월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와 다른 항공기가 부딪치는 충돌 사고도 발생했다. 항공 업계에선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시기가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항공기 운항이 늘어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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