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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준비 부족인가…비행횟수 늘자 사고 이어진 대한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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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하반기 들어 대한항공에서 항공기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영국에 이어 이번엔 유명 여행지 세부공항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항공기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한항공 안팎에서 나온다.

24일 필리핀 막탄 세부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로 대한항공 여객기의 동체는 크게 파손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공항을 폐쇄할 정도로 사고 여파가 컸다.

24일, 승객 162명이 탑승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필리핀 막탄 세부국제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동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24일, 승객 162명이 탑승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필리핀 막탄 세부국제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동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KE631 편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항공기는 당초 세부공항에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1시 7분 도착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착륙을 시도했으나 기상 악화로 착륙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 접근(Missed Approach)했다. 이후 세 차례 시도 끝에 착륙에 성공했으나 활주로를 300m가량 지나쳐 정지(Over Run)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슬라이드를 이용해 비상 탈출했다.

24일 필리핀 세부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필리핀 세부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발생 직후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 등이 참석한 대책 회의를 열고 수습 방안을 마련했다. 세부 현지 3개 호텔로 승객을 이송하고 공항이 열리는 대로 대체 항공기를 보낼 계획이다. 이수근 안전보건 총괄 부사장을 책임자로 한 정비·운항 등 지원 인력 40여명을  현지로 파견했다.

이와 별도로 사고 원인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관 3명과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현지로 보냈다.

필리핀 사고를 두고 브레이크 결함 등을 다양한 추정이 나오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항공기 승무원의 대응 과정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장룡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추측에 가깝다”고 전제하면서도 “세 차례에 걸쳐 착륙을 시도했다는 건 공항에서 지상 조건을 판단한 뒤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인가를 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선 두 차례에 실패 접근이 이뤄진 건 착륙이 안전하지 않다고 기장이 판단한 것”이라며 “활주로에 빗물이 고여 있으면 착륙 후 감속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사고는 승무원의 판단 오류보단 폭우 등 외부 요인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고 당시 세부공항 주변에선 가옥이 물에 잠길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세부공항에 머물던 한국인 관광객은 “비행기가 뜰 수 있나 의심이 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24일 필리핀 세부국제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대한항공 여객기의 궤적. 사고기는 기상 악화로 3차례 착륙을 시도했다. 자료=플라이트레이더24

24일 필리핀 세부국제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대한항공 여객기의 궤적. 사고기는 기상 악화로 3차례 착륙을 시도했다. 자료=플라이트레이더24

이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앞서 발생한 두 차례 안전사고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 안전 분야 전문가는 “필리핀 사고는 기상 악화 등에 따른 외부 요인이 결합한 것이지만 지난 8월 영국 히스로공항 충돌 사고는 상당히 드문 사례”라며 “관제탑에서 운항 지침을 제대로 내리지 못했거나 조종사가 지침을 받았으나 판단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히스로공항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7월 발생한 엔진 사고에 대해서는 국토부 등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긴급 착륙했다. 이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대한항공 임시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긴급 착륙했다. 이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대한항공 임시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 업계에선 안전사고가 발생한 시기가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항공기 운항이 늘어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는 건 확률적으로 부정적인 신호”라며 “늘어난 항공편에 맞춰 대한항공 자체적으로 안전 관리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필리핀 사고 발생 후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을 아껴주시는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상황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현지 항공·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조기에 상황이 수습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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