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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 '치즈 통행세' 몰아줬다…미스터피자 회장 죗값 물린 대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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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연합뉴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른바 '치즈 통행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공정거래법 위반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 회장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19년 2심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가맹점에 공급한 치즈를 동생의 회사를 거치도록 만들어 중간에서 이윤을 얻도록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중간 업체 두 곳은 실제 거래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도 각각 47억과 9억원의 유통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이런 유통 방식이 공정거래법상 '현저한 규모로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현저한 규모'나 '과다한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중간 업체 두 곳이 속한 시장에서 이런 지원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현저한 규모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간 업체 두 곳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거래 규모가 확보돼 사업 위험이 제거됐다고 볼 수 있는 이상,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이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를 살폈다. "효율성이 낮은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을 존속하게 해 시장에서 경쟁자를 부당하게 배제하거나 잠재적 경쟁자가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것을 억제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는 것이다.

미스터피자에서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피자 연합 협동조합'을 만들어 매장을 운영하자 인접한 거리에 미스터피자 직영점을 보복 출점하는 등 사업 활동을 방해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인정됐다. 정 전 회장은 '치즈 통행세' 의혹을 폭로한 가맹점주를 형사 고소하고, 소스와 치즈 업체에다 피자 연합에는 재료를 공급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대법원은 정 전 회장이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피자 연합에 치즈와 소스가 공급되지 않도록 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를 찾을 수 없는 점, 소규모 사업자인 피자 연합을 표적으로 삼아 보복 출점한 것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정 전 회장의 행위로 사업 초기 피자 연합의 제품 개발과 설립이 지연되고 가맹자 모집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정 전 회장이 가맹점주들이 낸 광고비를 횡령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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