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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내년 미 성장률 1.5%서 0.5%로 하향…‘긴축 고통’ 현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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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0%대’로 전망했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통스러운 긴축’도 이어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피치는 미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지난 6월의 전망치(1.5%)보다 1.0%포인트 내렸다. 피치는 올해 미국 성장률은 1.7%로 내다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피치가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춘 건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로 내년 2분기 소비 지출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경기 침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피치는 내년의 경기 침체 양상이 1990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 90년대 초의 경기 침체기와 비슷할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경기 침체로 이어졌는데, 이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피치는 이번 경기 침체가 ‘꽤 가벼운’(quite mild)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파괴적인 수준이었던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피치는 “미국 가계의 재정 상태는 2008년보다 훨씬 튼튼하고, 은행 시스템은 더 건전하며, 주택 시장에는 과잉 건설의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3.5%에서 2024년 5.4%로 2년간 1.9%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설명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엔 실업률이 5.6%포인트, 코로나19 시기엔 11.2%포인트 급등했다.

미국의 성장률을 낮춰 잡은 곳은 피치만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2%에서 0.5%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은 1.5%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월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0%로 1.3%포인트 대폭 낮춘데 이어 이를 지난 11일 1.0%로 유지했다.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문제는 Fed가 긴축의 가속 페달을 더 밟을 수 있다는 데 있다. Fed 내부에서는 기준금리(연 3.0~3.25%)의 상단을 4.75%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Fed는 강경한 분위기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21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통 없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고 밝혔다. 물가를 잡으려면 경기 침체와 같은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Fed 인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근원 인플레에 진전이 없으면 4.5%나 4.75%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6% 상승하면서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4.75%를 달성하려면 오는 11월과 12월 예정된 FOMC에서 두 번 모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일각에선 울트라 스텝(한 번에 1.0%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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