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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지금 손대지 말고, 연금개혁과 같이 논의해야"

중앙일보

입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오는 26~28일 세계사회복지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2016년에 이어 6년 만에 한국에서 또 열린다.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와 국제사회복지교육협의회(IASSW)가 공동으로 2년마다 주최하는 행사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ICSW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대회는 원래 파나마가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난색을 표하면서 한국이 또 열게 됐다.

세계복지대회 여는 서상목 회장 인터뷰 #

 서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라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세계 전문가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3억 5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돼 빈곤·양극화·불평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 가능한 복지 대응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성장 속의 형평' 특별강연을 한다.

 서 회장은 1993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8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시절 당시 안승철 원장과 청와대를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도입을 건의했고, 이게 88년 시행으로 연결됐다. 서 회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의 당위성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연금개혁의 핵심은 보험료 인상이다. 18%(현재 9%)까지 올려야 지속할 수 있다. 그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다. 한꺼번에 올릴 수 없으니 20~30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면 된다."
-저항이 클 텐데.
"보험료를 올리려면 연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와 저소득층에게 더 가게 돼 있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반반씩 섞여 있다. 보험료를 올리되 완전 소득비례로 바꾸거나 소득비례 기능을 확 올려야 한다."
-여야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지금 손대면 안 된다. 연금개혁 틀에서 패키지로 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노인빈곤 해결 수단이 돼야 한다. 모든 노인에게 줄 형편이 못 된다. 진짜 어려운 사람(가령 소득 하위 40% 이하)에게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집중하는 게 좋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되 기초연금을 저소득 노인에게 몰아주는, 주고받는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국회 연금특위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 산하에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민간전문가가 개혁안을 만드는 게 좋다. 청와대나 국회가 하기 힘들다."

 서 회장은 "경제위기가 개혁의 적기"라면서 "한국판 유연 안전성 정책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맡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대신 예산을 투입해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 업무를 복지부로 보내지 말고 별도의 대통령위원회로 떼고, 가족·청소년 업무를 복지부에 통합해야 한다"며 "복지부를 인구 총괄 사회부총리 부처로 격상하되 예산 배분권을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처가 너무 커져 부담스러우면 나중에 보건부를 분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민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사회복지협의회의 '좋은 이웃들' 사업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통장·반장·경찰·집배원, 신문·야쿠르트 배달원, 고시원·PC방 주인 등 6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소외계층을 발굴해 복지단체나 시설로 연결한다. 2012~2021년 24만여명을 발굴했다. 지금은 117개 시·군·구에서만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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