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17일 “소수 야당 시절 원내대표를 맡아 당 지지율을 20%에서 40%로 올리고, 정권교체와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여 진행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2024년 총선 승리를 이끌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김 의원은 다른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선 “미니 정당을 혼자서 운영해본 경험을 가졌을 뿐 국민의힘과 같은 전통 있는 정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고 직격했다. 또 다른 잠재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선 “대통령과 척지는 사람이 여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 라이벌은 없다.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대표 선거 출마는 언제 공식화하나.
- “아직 전당대회를 언제 한다고 시점도 안 정해져 있는 상황인데 ‘출마한다’고 밝히면 좀 생뚱맞다. 다만 늦지 않게 전당대회를 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에 빠른 준비를 하는 것이다.”
- 아직 다른 주자보단 지지율이 낮다.
- “지금 하는 조사는 국민 대상으로 ‘이름 들어봤다’ 수준의 인지도 조사이기 때문에 별 의미 없다. 당 대표 선거는 당원들 지지가 중요하다.”
- 전당대회 라이벌은 누군가.
- “없다. 압도적 지지로 당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 당 대표 후보로서 김 의원의 경쟁력은 뭔가.
-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가령 당에 손을 댈 때마다 만들었다가 해체했다가 합당하는 식으로 당을 깨고 붙이면 분열의 리더십이다. 그런 과거 경력이 있으면 성공하겠다는 말이 믿어지겠나. 난 소수 야당 시절 당 지지율이 20%에 머물러 있을 때 원내대표를 맡아 40%로 올리겠다고 약속하고 실제 연말에 40%로 올렸다. 5년 만에 정권교체, 지방선거 압승도 만들어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부터 1년동안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대선을 치렀다. 윤석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기도 했다. 6·1지방선거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이끌었다.
“낙하산으로 당대표 될 일 아냐”
최근 김 의원은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에 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안 의원에 대해 “조그만 미니 정당을 혼자서 운영한 단독 플레이만 해왔다. 협동하는 공동체를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 안철수 의원에 '(입당원서)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고 했다.
- “어떤 당이든 대표가 되려면 당에 몸을 담아서 구성원들로부터 검증도 받고, 신뢰도 얻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당이 급조된 당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법통을 이어오고 있는데, 갑자기 낙하산으로 와서 대표가 될 일은 아니다. 우리 당이 누구 대권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 아니지 않나.”
- 전당대회 출마할 사람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라고 했는데.
- “너무 중요한 명제다. 전당대회가 윤 대통령 취임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데, 당 대표가 대선 나가겠다고 하면서 관심을 빼앗아 버리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레임덕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이번 당 대표에겐 총선 공천권 문제가 걸려 있는데 대선 나갈 사람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면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지지 않겠나.”
-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권성동 의원은 전당대회 분위기가 과열됐다고 비판했다.
- “저는 오히려 너무 식어서 빨리 열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정감사, 예산 심사 단 하나의 차질도 없다. 당권 주자들이 각종 정치적 현안에 입장을 밝히는 게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이 우리 당에 관심을 더 가지고, 우리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치열한 토론이 된다. 죽은 당처럼 입 닫고 있으면 어떻게 이슈를 선점해가겠나.”
“대통령 비난하는 사람이 당대표 될 수 있을지 의문”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경쟁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심과 윤심의 대결로 가면 총선에서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는 비판도 했다.
-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 “윤심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다. 어떤 분들이 저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국핵관’이라고 답한다. 국민의 ‘국’이고, 국민의힘의 ‘국’자다.”
- 최근에 윤 대통령과 술도 했나.
-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윤 대통령과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가 원내대표를 하며 원활하게 소통하고, 현안이 있을 땐 치열하게 토론했다. 지금도 만나서도, 전화로도 소통은 잘 되고 있다. 대통령과 척지고 있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이준석 전 대표와 한때 관계가 괜찮았는데.
-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다.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도 했는데, 결국 강행한 것이 본인에게도, 당에게도 결국 마이너스가 됐다. 『갈매기의 꿈』에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돼 있는데, 이 전 대표가 멀리 보려면 좀 높이 날았으면 좋겠다.”
- 공교롭게 20대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 “이 전 대표가 20·30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인물에 따라서 지지가 이렇게 저렇게 옮겨간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청년 지지율을 높여야 하는 것은 우리의 지상 과제고, 결국 어떤 청년 정책을 쓰느냐가 핵심적인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