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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美 확장억제 의지 의심 말라"...'核재배치' 부정적

중앙일보

입력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18일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과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 대해 미국이 갖고 있는 것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의지를 의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말로 해석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에서 탈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언급하며 “전술핵이든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부임한 골드버그 대사가 한국 언론이 주최하는 공식 토론회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버그 대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외교가에선 “‘전술핵으로 북한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 견해가 명확히 전달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9월 23일 오전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레이건호를 포함한 미 항모강습단은 한미 양국 해군 간 우호협력 강화와 연합 해상훈련 참가를 위해 입항했다. 10만t급의 레이건호는 2003년 취역해 슈퍼호넷(F/A-18)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E-2D)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연합뉴스

9월 23일 오전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레이건호를 포함한 미 항모강습단은 한미 양국 해군 간 우호협력 강화와 연합 해상훈련 참가를 위해 입항했다. 10만t급의 레이건호는 2003년 취역해 슈퍼호넷(F/A-18)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E-2D)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연합뉴스

실제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일각에서 핵 재배치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미국 항모전단의 한반도 주변 상시 순환배치 방안에 대해서도 “(한국의)특별한 요청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미국의 핵과 유럽국가의 군용기를 연계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에 대해서도 “핵능력을 포함한 확장억제에 대한 의지를 이미 설명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골드버그 대사는 다만 여러차례 “확장억제에는 미국이 보유한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이미 사실상의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과의 대담에서 “비확산 체제를 진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얻으면 더 나아진다는 결론에 이르는 세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입장을 밝힌 말이란 지적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핵위기를 초래한 주체로 북ㆍ중ㆍ러를 지목했다.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면서다. 특히 중국에 대해선 많은 시간을 별도로 할애해 민주국가 진영의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을 막지 못한 중국은 한 일이 없다”며 “중국이 책임있는 행위자가 될 것을 압박하겠지만, 중국이 이를 지지할 거라고만 기대하지 말고 (민주주의 진영이)서로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한ㆍ일과의 동맹관계가 전세계 안보와 평화증진의 핵심이었고,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동맹의 능력과 범위가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나라의 전쟁억제력과 핵반격능력을 검증 판정하며 적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이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기간에 진행되었다"라고 전했다.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하에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나라의 전쟁억제력과 핵반격능력을 검증 판정하며 적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이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기간에 진행되었다"라고 전했다.뉴스1

특히 경색된 한ㆍ일 관계와 관련해선 “미국이 3자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안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며 “미국은 역사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시급한 안보 사안은 3국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중국의 대만 침공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군의 참전을 요구할 거란 관측에 대해 “주한미군과 미국의 의지는 한반도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는 추측”이라며 “70년 한ㆍ미 동맹을 통해 주한미군이 주둔한다는 점이 핵심이고 이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의 단독 참전 가능성에 대해선 “나는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그런 결정은 내리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중국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중국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논란이 불거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에 있어서 한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과 조지아주 공장 완공 사이에 생길 시차에 대해 논의 중이고 해결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8월에 입법한 IRA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5년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완공할 때까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IRA 조항의 유예 등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골드버그 대사는 “IRA는 늦기 전에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고, 기다릴 수 없다”며 법안을 유예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에둘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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