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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망이" 그 화법 또 나왔다..."찢어지게 가난했던 이재명 습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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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다. 열 네 글자짜리 이 문장엔 최근 동해 공해상에 진행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이 대표의 접근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재 급변하고 있는 외교·안보 이슈에 과거 역사를 소환해 ‘역사 논쟁’으로 치환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최근 한·미·일 군사훈련을 비판하며 “일본은 과거 (북한의)남침 5년 전까지 한국을 무력 지배했던 나라다”(7일),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進駐)하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10일)는 식으로 역사 문제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1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 대표가 한·일 관계사에 대해서 꿰뚫고 있다. 아픈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이 같은 접근법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훈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역사 얘기를 얹으니 일종의 이념 논쟁이 돼버렸다”(민주당 관계자)는 게 대표적이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내걸어 온 ‘민생 제일주의’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이 대표에게 이 같은 우려와 함께 “다시 민생이슈 중심으로 해달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역사 소환하는 李의 화법…“독학 시절 생긴 독자적 관점”

사실 이 대표가 현안을 얘기하면서 역사를 소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을 둘러싼 적통(嫡統) 논란이 일자, 외려 자신을 고려 시대 농민 봉기를 일으킨 천민 망이·망소이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는 망이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그 망이는 처형당하고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민주사회니까 서민들이 (적통이나 성골이 아닌) 아웃사이더를 더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재명 대표 후보가 강원 강릉시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을 찾아 지지자와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재명 대표 후보가 강원 강릉시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을 찾아 지지자와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8·28 전당대회 국면이던 지난 7월엔 강원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을 찾아 자신을 조선 중기의 문인 허균에 빗댔다. 그는 “개혁의 열망이 크면 혁명이 일어나거나 제거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며 “허균 선생이 제거된 것은 혁명시도를 하면 ‘이렇게 된다’고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던 시기였는데, 정치권에선 “붕당 정치의 희생양으로 광해군 때 처형당한 허균에 빗대 자신을 변호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이 대표의 화법을 두고 소년공 출신인 그의 불우했던 성장 과정과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친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대표는 검정고시와 사법고시를 외롭게 공부하면서 틈틈이 역사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그만의 독자적인 관점이 있다”며 “그래서 특정 사안을 마주할 때마다 역사적 사실에 빗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모친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모친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내 일각에선 찬반양론이 분명한 사안에서 확실하게 편을 가르는 특유의 정치적 전략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그간 이 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같이 찬반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친일 대 반일 구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이런 전략이 169석 거대 정당 대표일 때도 유효할진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이 대표 강경 발언에 국민의힘을 이완용에 비유하는 메시지부터 ‘정진석 징계안’까지 당 전체가 급발진하고 있다”며 “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좀 더 발언에 신중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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