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기념비적인 가을잔치의 첫 장을 승리로 장식한 주인공은 '수원의 팀' KT 위즈였다.
KT 배정대가 8회 말 2사 만루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3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린 뒤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1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6-2로 이겨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했다. 선발 투수 소형준이 5와 3분의 1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해 올 가을 KT의 첫 승리 투수가 됐다. 8회 말 승리에 쐐기를 박는 3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린 배정대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KT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5전 3선승제 준PO를 치른다.
수원에서 가을야구가 열린 건 2006년 10월 14일 현대 유니콘스(당시 수원 연고)와 한화 이글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처음이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올해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지난 2년은 '남의 집'에서 가을잔치를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 경기 대부분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 축포도 고척에서 터트렸다.
올해는 다르다.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서 가을야구를 함께할 기회를 얻었다. 정규시즌 최종전 끝내기 패배로 아쉽게 4위로 밀렸지만, 팀 분위기를 하루만에 빠르게 수습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팬들에게 할 도리를 해 기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팬들이 가을을 오래 즐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의 야구팬도 이에 화답했다. 경기 시작 후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입장권 1만7600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KT 선발 소형준이 4회 초 2사 만루를 실점 없이 막아낸 뒤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2020년 신인왕인 3년차 투수 소형준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통산 평균자책점 0.60을 기록한 투수다웠다. 3회까지 한 타자도 내보내지 않고 매 이닝 삼자범퇴로 마쳐 KIA 타선을 완벽하게 기선제압했다.
그 사이 KT 타선도 3점을 뽑았다. 3회 말 1사 1·2루에서 조용호가 2타점 선제 결승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2사 후엔 앤서니 알포드의 짧은 안타성 타구를 KIA 우익수 나성범이 뒤로 빠뜨리면서 2루 주자가 추가 득점하는 행운도 겹쳤다.
소형준은 4회 초 흔들렸다. KIA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후엔 나성범과 소크라테스에게 연속으로 초구 안타를 내줘 1점을 빼앗겼다. 5회 초에도 자신의 포구 실책 탓에 추가 실점했다. 2사 2루에서 이창진의 1루수 땅볼이 나오자 비어 있는 1루로 달려갔지만, 빨리 베이스를 밟으려고 서두르다 1루수 강백호의 송구를 놓쳤다. 발 빠른 주자 박찬호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들었다.
KT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8회 구원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이후 1점 리드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소형준이 6회 초 1사 후 최형우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고 내려가자 김민수가 올라와 불을 껐다. 8회 초에는 외국인 에이스 웨스 벤자민까지 마운드에 올려 KIA 타선의 추격을 봉쇄했다. KT 배정대는 8회 말 2사 만루에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적시 2루타를 터트려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KIA는 선발 션 놀린(2와 3분의 2이닝 3실점 2자책점)이 조기 강판한 뒤 토마스 파노니와 이의리까지 총동원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1경기 만에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