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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 기소 두성산업, 위헌심판 신청 "명확성 등 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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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 두성산업이 변호인단을 통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다. 올해 1월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처음이다.

지난 2월 18일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 사업장. 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 사업장. 연합뉴스

16명 유해물질 급성중독…중처법 기소 1호 사업장
법무법인 ‘화우’는 13일 “창원지법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화우는 현재 창원지법에서 중처법 위반 등 혐의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두성산업 변호를 맡고 있다.

지난 6월 두성산업과 대표이사는 중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국 최초 중처법 위반에 따른 기소였다. 두성산업은 지난 2월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6명이 급성 중독을 일으키게 한 혐의다.

당시 검찰은 두성산업이 유해물질이 든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중처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 당사자가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두성산업 측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일시 중단된다. 법원이 두성산업 측의 신청을 기각해도, 당사자는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 2월 18일 경남 창원 두성산업 정문에서 회사 직원이 사내 급성 중독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경남 창원 두성산업 정문에서 회사 직원이 사내 급성 중독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성산업 측 “명확성·과잉금지·평등 원칙 위배”

화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처법 일부 조항(4조 1항 1항, 6조 2항)이 모호하고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형량이 과도해, 헌법상 명확성·과잉금지·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중처법 4조 1항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법문구 관련, “그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처벌 조항인 중처법 6조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 등이 짊어지는 형사 책임이 과도하고(과잉금지 원칙 위배), 타법의 법정형보다 지나치게 형량이 높다(평등 원칙 위배)고 설명했다. 중처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종사자가 사망하게 되면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 30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한다.

화우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중처법상 안전보건확보 의무 위반보다 죄질이 더 무거운 것으로 보이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며 “(중처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망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등에 비춰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 지난 2월 18일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 지난 2월 18일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의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 “자기 잘못부터 반성하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성산업 사업주는 처벌받을 상황이 되자 중처법이 문제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했다”며 “위헌법률심판 청구 이전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라”고 했다.

민노총은 “사고를 일으킨 물질은 ‘트리클로로메탄’이지만, 이 물질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디클로로메탄’을 사용했다”며 “작업환경측정에서 ‘디클로로메탄’ 허용기준치의 50% 이상 측정될 정도로 작업환경이 불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면서도 노동자에게 방독마스크 등 보호구조차 지급되지 않았다”며 “회사 창립 이래로 국소배기장치 설치 없이 사업을 운영해왔다면 알려지지 않은 노동자 피해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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