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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9배 이득 볼 때, 개미들은 떨었다…나노스CB 겨눈 검찰

중앙일보

입력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자금 출처로 쌍방울 계열사·관계사가 주고 받은 전환사채(CB)를 의심하는 가운데, 쌍방울 계열사 중 한 곳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는 2017~2021년 총 630억원의 CB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CB는 나노스 주식 1주를 456원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CB가 주식으로 대량 전환될 경우 주식을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매입한 소액 투자자들에겐 주식 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위험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나노스 주식은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가 주도한 대북교류사업 수혜주로 분류돼 한때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주가는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CB는 기업 경영활동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방법 중 하나지만, 나노스 당기순이익과 주식 투자 가치를 나타내는 주당순이익(EPS)은 6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 수는 늘어나고, 가치는 떨어지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나노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나노스는 지난 2017년 2월 300억원, 2020년 7월 30억원, 2021년 2월 300억원의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2017년 발행한 CB 300억원은 ㈜쌍방울이 인수해 총 3차례에 걸쳐 약 4386만주의 주식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이후 발행된 CB 역시 쌍방울 관계사인 미래산업㈜ 등에 인수됐는데, 사채 만기일이 남아있는 만큼 주식 전환될 경우 나노스의 주식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CB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 하기 위해 사용하는 합법적인 장치이지만 정상적인 기업 경영으로 활용되지 않을 경우 주식 가치만 희석돼 정보 비대칭에 놓여있는 소액 투자자의 경우 주가 하락의 부담을 질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다. 실제로 나노스가 2017년 발행한 300억원의 CB는 쌍방울이 2019년 12월 처음으로 주식 전환을 시작했는데, 당시 약 1억1134만주였던 나노스 주식은 올해 6월 기준 약 1억7713만주로 59.1% 늘었다.

CB에도 개선안된 경영지표, ‘마이너스 EPS’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주식 수가 늘었지만 경영지표는 계속 마이너스를 달렸다. 매년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나노스의 당기순이익(연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2017년 -259억, 2018년 -77억, 2019년 -200억, 2020년 -89억, 2021년 -306억, 2022년(6월 기준) -70억을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을 발행주식 수로 나눠 주식 가치를 나타내는 주당순이익(EPS) 역시 2017년 1주당 -53원, 2018년 -19원, 2019년 -181원, 2020년 -60원, 2021년 -206원, 2022년(6월 기준) -39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8년 4월27일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수혜주로 분류됐던 나노스 주가는 4월19일 3590원(종가 기준)에서 4월25일 6320원으로 76% 뛴 적도 있었지만, 12일 현재 1615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투자자 ‘CB 공포’ 외칠 때 쌍방울 9배 이익

실제로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투자자들은 CB의 주식전환에 따른 물량에 대해 “전환사채 행사 후에 주식이 빠질 것이다”, “CB 행사가 언제 끝나느냐”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쌍방울의 경우 CB를 나노스 주식 1주당 456원에 전환할 수 있어 손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쌍방울이 3차례에 걸쳐 CB를 주식으로 전환청구한 날짜의 나노스 주식 종가를 보면 각각 4115원, 3860원, 3990원으로 매입가의 8.5~9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100억원 어치의 CB는 김성태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조합에 배정되기도 했다.

CB로 만든 쌍방울 자금, 어디에 쓰였나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외부 전문가의 발언을 듣던 중 관계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외부 전문가의 발언을 듣던 중 관계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검찰은 현재 나노스 외에도 쌍방울 계열사나 관계사들이 서로 주고 받은 CB가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자금이나 ‘이재명 경기도’의 대북교류사업 우회지원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교류사업을 주도하면서 자신이 취임 전 이사로 재직했던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주식을 띄우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이재명 대표를 불기소 처분했지만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와 ㈜쌍방울과 관계회사가 보유한 나노스㈜의 전환사채, ㈜비비안의 전환사채 또는 관련 자금이 피의자(이 대표)의 형사사건 변호사비로 대납되었는지 여부를 금융계좌 거래내역 추적· 압수수색·공시자료 분석·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 전환사채가 발행돼 유통되는 과정에서 ‘편법 발행·유통 등 횡령·배임’,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그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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