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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맞춤형 학습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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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교 수학·영어 학력 미달 4년 새 40% 늘어

줄 세우기 경계하되 기초학력 증진시켜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학업성취도평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학업성취도평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2024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초3∼고2로 확대하고,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게 길을 열었다. 현재는 중3·고2 학생 중 3%만 표집해 치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성취도 평가의 목적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다.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떨어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성취도 평가에서 수학·영어 학력이 기준에 미달하는 고등학생 수가 2017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한 이유다.

성취도 평가의 확대는 바람직하다. 기초학력은 학생이 학업을 계속하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학력이다. 법률은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기초학력진단검사와 이를 활용한 교육 등 학교의 역할을 정해 놨다(기초학력보장법 3·8·9조).

물론 과거의 일제고사 방식이 부작용이 없던 것은 아니다. 평가 결과를 놓고 학교 간 서열이 매겨져 일선 학교는 모의고사까지 치르며 열을 올렸다. 일제고사 과목은 사교육이 성행하고, 그렇지 않은 과목은 소홀해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에 내몰려 전인교육이 황폐화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부작용이 무서워 정책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성취도 평가의 목적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가려 맞춤형 학습을 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학력 전반이 떨어진 상황에서 학생 개인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에듀테크 교육의 핵심도 개개인의 정확한 학업 수준 진단과 맞춤형 학습이다.

국가 전체 학업 수준의 추이를 보는 게 목적이면 지금 같은 3% 표집 방식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학생 한명 한명의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형 학습을 하려면 원하는 학교·학급·학생 누구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정책 목표를 세워 부작용을 줄이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비판이 무서워 꼭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무능이다.

다만 성취도 평가를 반대하는 교육감과 해당 지역의 학부모, 학교 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몇몇 교육감이 성취도  평가를 거부해 소송전을 벌였다. 이번엔 특히 참여  여부가 학교 ‘자율’에 맡겨져 지역에 따른 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성취도 평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