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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북핵 위협에도 반일만 되뇔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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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미·일 훈련 두고 연일 ‘친일 프레임’ 공세

문재인 정권의 ‘북한 비핵화 장담’ 반성해야

보름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12발의 미사일을 쏜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현재 공공연하게 핵 사용을 언명하는 나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전술핵 훈련을 지도하며 “적들에게 우리의 핵 대응 태세, 핵 공격 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엔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을 보면 과연 현재의 안보 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원인 제공자인 북한의 도발에 대해 규탄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미·일 안보 협력을 ‘친일 프레임’으로 비난하며 정쟁만 키워 가서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 당이 주최한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인정하는 행위’ 등의 문제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실제 생길 수도 있다)에 이어서다. 한·미·일 연합훈련을 굳이 북한·중국식 표현인 한·미·일 합동훈련이라 칭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이 임박한 양 비난했다. 이번 훈련과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싸잡아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일본의 군사 이익을 뒷받침하는 행태의 반복”이라며 “실전 훈련을 왜 최근에 갑자기 하나.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최고 수준으로 높였고, 한·미·일 연합훈련을 했으며 지소미아를 그대로 뒀다는 사실은 도외시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색깔론’ ‘종북몰이’로 치부하며 “해방 이후에 친일파가 했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 대표야말로 ‘친일몰이’를 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 등은 이번 훈련이 독도 인근에서 벌어지는 양 호도하기도 했다. 거리만 보면 독도(185㎞)보다 일본 근해(120㎞)에 더 가까운 공해상이었는데도 말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은 줄곧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이나 의지를 부인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고 국제사회에 보증까지 섰다. 그사이 북한은 핵 무력을 고도화할 시간을 벌었고 이제는 대한민국 어디든 공격할 수 있게 됐다. 정상적인 당이라면 반성하고 대북 정책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다. 민주당은 친일 프레임으로 실책을 가리고 실패한 것으로 판명난 대북 정책에 매달리는 것 아닌가. 마치 반일이 대북 전략이라도 되는 양 한다. 개탄할 일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인공기는 괜찮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쓴 건 국민 정서를 외면한 실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