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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다 오르는데...日 공영방송 NHK가 수신료 10% 내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공영방송 NHK가 내년부터 지상파와 위성방송 수신료를 10% 인하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전기·수도 요금 등 공공 서비스 요금이 연이어 오르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대응이다. 일본 언론들은 NHK의 수신료 인하에는 그간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며 지속해서 수신료를 낮추라고 요구한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NHK 본사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NHK 본사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는 내년 10월부터 지상파와 위성방송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성 계약' 수신료를 현재 월 2170엔(약 2만 1200원, 신용카드 결제 기준)에서 1950엔으로 10.1% 내리고, 지상파만 시청 가능한 '지상파 계약'도 월 1225엔에서 1100엔으로 10.2% 인하하기로 했다.

NHK 측은 이번 수신료 인하를 "과감한 구조 개혁의 성과를 시청자들과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NHK는 효율적 영업을 통해 2022년도 영업 경비를 155억엔(약 1526억3200만원) 삭감하고 모든 업무를 재검토해 2023년도 사업 지출을 550억엔(약 5415억9600만원)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12월까지 위성방송인 BS1과 BS프리미엄을 통합하는 등 채널 수도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 이를 통해 이번 수신료 10% 인하로 인한 연간 450억엔(약 4500억원)의 수입 감소를 메꾸겠다는 계획이다.

NHK 수신료 문제는 그동안 일본 사회의 계속된 논쟁 거리였다. 한국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가 전기 요금에 포함돼 청구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계좌 이체나 카드·지로 등으로 별도 납부해야 해 납부를 거부하는 가구가 약 19%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인터넷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NHK를 거의 보지 않는 데 왜 돈을 내는가"라고 반발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NHK 수신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정당까지 등장했다.

지난 2020년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통신비 인하'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당시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총무상에게 NHK의 수신료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다케다 총무상은 여러 차례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NHK 수신료 인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NHK는 2023년부터 수신료를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당초엔 위성 계약의 수신료만 10%가량 낮출 방침이었다. 하지만 계약 전체의 47%를 차지하는 지상파 계약 가구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높아지며 양쪽 모두 인하하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마에다 데루노부(前田晃伸) NHK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추진해 NHK를 진정한 의미의 슬림하고 강인한 조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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