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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가 또?” AITO로 완성차 업계 간 보는 화웨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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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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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전기차 업체 싸이리스(賽力斯·SERES)와 손잡고 만든 아이토(問界·AITO)가 중국 신에너지 차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토는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월 인도량 1만 대를 달성하면서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신에너지 차 업계의 판도는 크게 뒤바뀌었다. 중국 전기차 3대 장 웨이샤오리(蔚小理, 웨이라이·샤오펑·리샹)의 성장세는 둔화했으며,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해 출하량 면에서 웨이샤오리를 따라잡거나 추월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싸이리스(賽力斯·SERES)다. 싸이리스는 1986년 설립된 자동차 제조사 충칭샤오캉공업그룹주식유한회사*의 전기차 계열사로, 화웨이와 합작해 아이토(問界·AITO)라는 신규 전기차 브랜드를 만들었다.

*충칭샤오캉공업그룹주식유한회사(重慶小康工業集團股份有限公司·Chongqing Sokon Industrial Group Co., Ltd)의 이름은 지난 7월 싸이리스그룹주식유한회사(賽力斯集團股份有限公司·Seres Group Co., Ltd.)로 바뀌었다.

[사진 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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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리스와 화웨이가 힘을 합쳐 탄생시킨 아이토는 2022년 중국 신에너지 차 업계의 가장 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아이토 시리즈의 전기차 인도량은 1만 45대를 기록했다. 이 중 첫 번째 합작 모델인 아이토 M5의 인도량은 7372대, 두 번째 합작 모델인 아이토 M7의 인도량은 2673대를 기록했다. 아이토 시리즈는 9월에도 1만 142대의 신차를 인도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이토가 출시되기 전인 2021년, 싸이리스의 월평균 신차 인도량은 7~80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아이토 시리즈는 올해 3월 첫 인도를 시작으로 누적 5만 대의 인도량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34% 증가한 수치다.

10배가 넘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중국 신에너지 차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돈다. 중국승용차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신에너지 차 국내 소매 판매량은 326만 200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9.7% 증가하는데 그쳤다.

아이토의 성공은 전부 다 화웨이 덕?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사진 kan.china]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사진 kan.china]

아이토의 성공에는 화웨이(華爲·HUAWEI)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싸이리스의 든든한 지원군인 화웨이는 자사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아이토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화웨이와 싸이리스의 합작이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토 출시에 앞서 지난해 4월, 화웨이는 싸이리스와 함께 ‘싸이리스 화웨이 즈쉬안(塞力斯華爲智選) SF5’ 전기차를 선보였다. 즈쉬안 SF5는 싸이리스가 생산한 차체에 화웨이가 개발한 전기차 시스템 ‘하이카’를 탑재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들의 첫 번째 합작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즈쉬안 SF5는 충전 1회당 주행거리가 너무 짧고, 화웨이 OS 업데이트가 먹통이다는 등의 불만을 사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싸이리스 SF5의 누적 판매량은 8169대에 그쳤다.

그로부터 1년 뒤, 화웨이와 싸이리스는 두 번째 합작 물인 아이토(問界·AITO)를 선보였다. 다소 실망스럽던 즈쉬안 SF5와 달리, 아이토는 화웨이와 싸이리스가 함박웃음을 짓게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둘의 성패를 갈랐을까?

즈쉬안 SF와 아이토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웨이의 관여도다. 즈쉬안 SF5와 달리, 화웨이는 아이토의 차량 설계부터 홍보, 마케팅, 판매 등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차량 설계 측면에서, 즈쉬안 SF에는 화웨이의 부품이 사용되긴 했으나 핵심 기술이 적용되진 않았다. 그러나 아이토 M5에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부터 디자인과 엔지니어링까지 화웨이의 기술이 포괄적으로 녹아있다. 여기에 화웨이의 강점인 훙멍(鴻蒙·Harmony)운영체제까지 탑재돼 다른 기기와의 연결을 원활히 하고, 스마트한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한다.

화웨이 신제품 발표회에서 공개된 아이토 M5 EV [사진 신랑차이징]

화웨이 신제품 발표회에서 공개된 아이토 M5 EV [사진 신랑차이징]

홍보와 마케팅 측면에서도, 화웨이의 관여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지난달 6일, 아이토 M5 EV는 화웨이가 2년 만의 스마트폰 야심작인 ‘메이트 50’ 시리즈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함께 공개돼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웨이의 고위급 임원들도 아이토의 전기차 홍보에 앞장섰다. 특히 위청둥(余承東)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여러 차례 직접 아이토를 언급하며 높은 화제성을 선사했다. 그는 “내가 타는 아이토 M5는 우리 집 BMW를, 아이토 M7은 우리 집 포르쉐를 도태시켰다”, “아이토 M7의 가장 큰 결점은 가격이 너무 싸다는 것이다”, “훙멍 콕핏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스마트 콕핏으로 평가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아이토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화웨이를 등에 업은 아이토의 확장 속도는 이미 전기차 3대 장인 웨이샤오리(蔚小理, 웨이라이·샤오펑·리샹)를 능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웨이샤오리의 매장은 각각 405개(웨이라이), 388개(샤오펑), 247개(리샹)로 집계됐다.

반면에 아이토의 브랜드 체험 센터와 사용자 센터는 700개에 육박했다. 지난 8월 기준, 아이토는중국 내 171개 도시에 판매장을 갖고 있으며, 화웨이의 체험매장에서 차량 시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토는 올해 연말까지 브랜드 체험 센터와 사용자 센터를 12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토의 활약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

아이토의 활약은 3년 전 런정페이(任正非)가 했던 말과 대비되며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10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앞으로 3년간 완성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결의안에는 “화웨이는 완성차를 만들지 않고, ICT(정보통신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 다른 완성차 기업들이 좋은 차를 만들도록 돕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화웨이는 싸이리스, 베이징자동차그룹 블루파크(BAIC Bluepark)과의 합작에서 차량의 부품이나 OS를 제공하는 ‘단순 조력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이토의 등장으로 화웨이를 바라보는 완성차 업계의 시선이 점차 따가워지고 있다.

화웨이는 아이토의 차량 설계, 홍보, 마케팅, 판매 등에 전방위적으로 관여하며 서서히 완성차 제조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제 화웨이가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건 시간문제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화웨이가 휴대전화에서 비슷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 역시 이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2002년, 런정페이는 지금과 유사한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화웨이는 휴대폰 만드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계속 헛소리를 하는 사람은 해고하겠다”며 엄포를 놓았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런정페이는 “10억 위안을 투자해 휴대전화를 만들겠다”며 말을 바꿨고,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있기 전까지 애플과 삼성을 위협하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했다.

아이토로 간을 본 화웨이가 머지않아 직접 만든 전기차를 들고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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