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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금융위기 대처방법 개선” 버냉키, Fed 의장 출신 첫 노벨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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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 명이 선정됐다. 버냉키 전 의장이 지난 2017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세 명이 선정됐다. 버냉키 전 의장이 지난 2017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좌초했던 세계 경제를 구해낸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Fed 의장 출신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벤 버냉키(69) 전 Fed 의장(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69) 미국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필립 딥비그(67)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경영대학원 교수를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은행과 금융 위기에 대해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1980년대에 수행한 연구는 은행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향상시켜서 인류 사회가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선했다”며 “수상자의 통찰 덕분에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 치러야 하는 막대한 대가를 예방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버냉키는 2006년 2월부터 2013년까지 Fed 의장을 맡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며 세계 경제의 소방수를 자처했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양적완화로 ‘헬리콥터 머니’를 쏟아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도 이때 붙었다.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1930년대 대공황을 분석했다. 1983년 쓴 논문 ‘대공황의 확산에 따른 금융위기의 비통화적 영향’에서 ‘은행 파산이 단순히 위기의 결과라기보다는 금융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행이 무너지면 저축을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사회의 능력이 심각하게 감소한다는 점을 경제학적으로 입증하고 은행의 파산이 연쇄적인 금융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된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금융 위기와 유동성에 대한 연구가 전문 분야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은행 보호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1983년 함께 펴낸 논문 ‘뱅크런, 예금보험과 유동성’은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이 어떻게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지 설명했다. 이 논문에서 발표한 ‘다이아몬드-딥비그 모델’은 금융 위기를 분석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기초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은행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유동성이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도움을 주지만, 갑자기 많은 사람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려 하는 뱅크런의 위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이아몬드-딥비그 모델은 발표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금융위기에 관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학문적 성과”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금융 부문의 대응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가 중요한 국면이라는 점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버냉키 전 의장이 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위기를 그 정도로 막아내고, 이후 교훈을 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리며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6000만원)다. 올해는 3명의 수상자가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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