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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헬리콥터 벤' 버냉키 전 Fed 의장 등 3인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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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가 선정됐다. 사진=노벨상위원회 화면 캡처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가 선정됐다. 사진=노벨상위원회 화면 캡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좌초했던 세계 경제를 구해낸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벤 버냉키(69) 전 Fed 의장(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69) 미국 시카고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필립 딥비그(67)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경영대학원 교수를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은행과 금융 위기에 대해 연구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1980년대에 수행한 연구는 은행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향상시켜서 인류 사회가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선했다”며 “수상자들의 통찰 덕분에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 치러야 하는 막대한 대가를 예방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202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버냉키는 2006년 2월부터 2013년까지 Fed 의장을 맡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며 세계 경제의 소방수를 자처했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양적완화로 '헬리콥터 머니'를 쏟아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도 이때 붙었다.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인 1930년대 대공황을 분석했다. 1983년 쓴 논문 ‘대공황의 확산에 따른 금융위기의 비통화적 영향'에서 '은행 파산이 단순히 위기의 결과라기보다는 금융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행이 무너지면 저축을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하는 사회의 능력이 심각하게 감소한다는 점을 경제학적으로 입증하고 은행의 파산이 연쇄적인 금융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단 점을 경고했다.

버냉키가 펼친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각국 중앙은행의 주요한 통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버냉키는 신간 『21세기 통화정책』에서 Fed의 통화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보여주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Fed는 금리 인상과 인하 같은 전통적 통화정책 뿐 아니라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도구를 활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글라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더글라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된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금융 위기와 유동성에 대한 연구가 전문 분야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은행 보호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1983년 함께 펴낸 논문 ‘뱅크런, 예금보험과 유동성’은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이 어떻게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지 설명했다. 이 논문에서 발표한 ‘다이아몬드-딥비그 모델’은 금융 위기를 분석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기초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은행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유동성이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도움을 주지만, 갑자기 많은 사람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려 하는 뱅크런의 위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이아몬드-딥비그 모델은 발표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금융위기에 관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학문적 성과”라며 “금융위기와 관련해 노벨상을 준다면 당연히 받아야 할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버냉키 전 의장이 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위기를 그 정도로 막아내고, 이후 교훈을 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은 1901년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한 5개 분야에는 없었지만 1968년 스웨덴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노벨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1969년부터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54년 동안 총 92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공동 수상은 29차례다.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리며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6000만원)다. 올해는 3명의 수상자가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 노벨상은 지난 3일 생리·의학상 발표로 시작해 이날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의 수상자 선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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