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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실적·현금흐름 '3약' 삼성전자…주가 '바닥' 언제 올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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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의 한 삼성디지털프라자의 모습. [뉴스1]

지난 7일 서울의 한 삼성디지털프라자의 모습. [뉴스1]

'동학 개미(국내 주식 개인 투자자)'마저 삼성전자 주식에 등을 돌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4영업일(10월 4일~7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 44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1조94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개인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연저점(5만1800원)까지 떨어지자 '팔자'로 돌아섰다. 같은 날 "최악의 경우 4만630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하이투자증권)"는 전망이 나오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증시에서 나타나는 '데드 캣 바운스(하락장 속 일시적 반등)' 국면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과 향후 실적, 현금 흐름 등 삼성전자의 주가를 부양할 '3대 요소' 모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메모리 수요 감소 

우선 삼성전자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언제 개선될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미국의 긴축 정책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빠른 속도로 줄면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의 수요 전망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PC·모바일·TV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약화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기를 잘 타지 않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급감은 '어닝 쇼크'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76조원)은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0조8000억원)은 31.7%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6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다가오는 4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키움·하나·신영·하이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을 76조6000억원, 영업이익을 8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매출 78조40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하회하는 수치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역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은 삼성전자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가격은 3분기 10~15% 떨어진 데 이어 4분기에도 13~18% 하락할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 가격 역시 3분기 13~18% 떨어진 데 이어 4분기에 15~20%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잉여현금 '마이너스'로 배당 여력 줄어 

삼성전자 배당금을 좌우하는 잉여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상태다. 삼성전자는 매년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시설 투자(Capex)에 쓴 현금을 뺀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시기에는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상가 임대료 수익이 줄면 빌딩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추세는 지난해 2분기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런 악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내년 1분기부터는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이미 반도체 업황 악화를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고 강조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 1분기 중 경기 지표가 개선되면 그때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업체의 공급 조절도 주가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내년 반도체 시설 투자를 30% 감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일본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메모리 생산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에서 감산은 최악의 수요 상황에서 기업의 공급조절에 대한 절실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선 업황 '바닥(저점)'의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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