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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0.8조 ‘어닝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요인까지 더해져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오전 서울에 있는 삼성 디지털프라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요인까지 더해져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오전 서울에 있는 삼성 디지털프라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악화하면서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반도체 겨울’이 지속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73조9800억원)와 비교해 매출은 소폭(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3%나 감소했다. 매출 70조원 이상은 지켰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영업이익은 2019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금융투자 업계는 당초 3분기 실적을 매출 78조원대, 영업이익 11조~12조원대로 전망했는데 시장의 예상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전망치가 최근 반도체 경기 침체에 따라 상당 부분 하향 조정됐던 것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어닝쇼크’(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적 하락의 주된 요인은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다. 판매가격은 하락하고 수요도 감소하는 ‘더블 트러블(Double Trouble)’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15~20%, D램 가격이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서버(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이 심화하고 고금리와 에너지 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하면서 실제 시장 상황은 더 나빠졌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판매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3분기 실적은 3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판매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3분기 실적은 3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세트(완제품)와 모바일 프로세서·파운드리 등이 선전했고, 디스플레이에서도 폴더블·플렉서블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분석한다.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이익은 지난 분기 대비 줄었을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 내부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오를 때 세트 부문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반도체 부문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업황의 등락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불황이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의 경우 실제 경기나 수요와 상관없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측하면 재고를 늘리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될 때 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감산 대신 라인 효율화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전문업체의 경우 내년 이후 적자를 우려해 투자 축소나 공급 조절이 불가피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삼성전자는 감산하는 게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당장 다음 분기나 내년 초의 실적은 악화할 수 있겠지만 경쟁 기업들이 공급 조절을 통해 업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그 이후엔 회복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수요 위축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업황이 어렵겠지만 4분기부터는 의미 있는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등 완제품의 판매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장기 전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산유국의 감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씩 올리는 것)’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대사처럼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말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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